(시론)온라인 평점의 경제학

입력 : 2015-11-12 오전 6:00:00
몇 달 전, 출장갈 일이 생겨 호텔 예약을 하게 됐다. 호텔 예약 사이트를 열어 출장갈 도시를 입력하니 호텔 목록이 화면 가득 나왔다. 회의 장소와 가까운지, 가격은 어떤지, 또 평점과 후기도 검토해서 호텔을 결정했다. 몇 주 전에는 주말에 극장에 가서 어떤 영화를 볼까 하여 검색을 해보니 관람객과 평론가 평점이 나왔다. 평점이 좋은 영화 중, 관심이 가는 주제의 영화 표를 예약했다. 이런 온라인 평점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는 틀림없는데 과연 믿을 만한 정보일까? 높은 평점의 상품은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평가한 평점이 높은 경우, 나의 평점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온라인과 모바일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1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크게 성장하여, 전자 상거래는 이제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상품을 직접 보지 않고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얻게 된 상품 정보를 가지고 구매 결정을 내린다. 이 때 다른 구매 고객들이 남긴 평점과 댓글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판단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있지 않을 때에 다른 사람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마치 낯선 곳에서 식사할 곳을 찾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은 의례 맛집이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영학 연구에 따르면, 평점과 매출과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부 연구는 평점이 좋을 경우,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매출은 평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평점 결과가, 좋은 점수들과 좋지 않은 점수들이 모아지는 형태이거나 또는 양분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최종 평점은 평균을 표시하기 때문에 양극화된다면 평균 그 자체는 의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사회적 영향을 받는 지에 대해 실험한 결과, 온라인 뉴스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평점을 조작한 경우가, 조작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최종 평점이 약 25% 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초기에 조작된 긍정적 평점은 최종 평점을 더욱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만일 초기에 긍정적인 평점으로 조작할 경우, 지속적으로 뒤따르는 평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초기 평점이 좋을 경우, 이른 바 ‘평점 거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평점이 높을 경우, 일부 사람들은 낮은 평점을 주는 경향도 나타나는데, 이는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비판적인 점수를 주는 것이다. 만일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로 양분된 경우에는 오히려 중도적인 점수를 주는 경향도 나타난다.
 
얼마 전 페이스북과 연동한 형태의 영화 평점 서비스가 출현했다.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점과 페이스북 친구들이 낸 평점을 동시에 표시할 경우,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할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인기 영화의 경우, 일반적 평점은 다음 평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비해, 비인기 영화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이는 인기 영화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따라가지만, 비인기 영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반대 평가를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페이스북 친구들의 평점 영향이다. 페이스북 평점은 인기, 비인기 영화 모두에서 다음 평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페이스북 친구들의 의견을 좀더 존중하고 반대 평가를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추측된다.
 
이 결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온라인 비즈니스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초기의 평점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에 평점을 조작할 만한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 둘째, 평균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평점은 ‘평점 거품’이나 지적으로 젠체하는 이들 때문에 진정한 평가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실제로, 호텔이나 영화 흥행사에서 이른바 ‘평점 알바’를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인 정보로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할 평점이 조작되어 편향된 정보가 제공된다면 호텔 판매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에서는 조작된 평점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핀테크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출현한지 20여 년 만에 전통적인 금융사업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긍정론, 현실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큰 역할을 해온 평점 시스템이 핀테크 시대에서도 악용되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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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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