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발생한 이른바 '슈퍼카 사고'의 피해배상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호텔롯데가 계열사 롯데손해보험을 통해 피해배상에 대한 손실보전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 크게 수억원대 슈퍼카 사고 처리비용을 대주겠다고 공언해놓고 뒤에서 보험처리를 시도한 셈이다. 과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비슷한 사례에서 통 크게 비용을 지원해준 것을 어설프게 흉내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롯데호텔은 언론 등을 통해 "피해배상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보험을 통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롯데호텔과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10일 70대 택시 운전기사가 롯데호텔 입구 주차장에서 일으킨 고가차량 연쇄충돌 사건의 피해배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호텔 측은 사고 사흘 뒤인 지난달 13일 롯데손해보험에 가입해 둔 주차장영업배상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의뢰했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한달동안 보험금 지급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택시 사고 후 주말 동안 내부적으로 배상방법을 논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입한)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함께 검토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롯데호텔이 롯데손해보험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행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가장 먼저 기업의 윤리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3일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은 "고령의 기사가 사고 전체를 변상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개인 보험액을 제외한 모든 배상금액을 호텔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사로선 법적 책임은 없지만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을 결정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롯데호텔은 같은 날인 13일 롯데손보에 보험금 지급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공언하면서 뒤로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자신(롯데호텔)의 법적인 책임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롯데손해보험은 '법적으로 호텔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규명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이 가입한 '주차장 영업배상책임보험'은 주차업무의 수행으로 인해 차량 등에 재물손해를 끼친 경우를 배상하는 보험이다. 롯데호텔이 보험금을 받으려면 사고의 과실이 롯데호텔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롯데호텔은 사고가 난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사고차량에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호텔 측은 "피해차량에 대한 보험금은 금액이 명확하게 결정되면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최대 지급액은 1000만원이 될 것으로 롯데손보 측은 예상하고 있다. 수억원의 피해배상을 해야하는 롯데호텔에는 사실상 실익이 거의 없는 셈이다.
또 만약 보험금에서 사고 차량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이 돈은 롯데호텔의 돈이 아닌 롯데손해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납입한 보험료에서 나가는 꼴이 된다. 결국 롯데호텔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셈이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