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돋보기)숨김없이 드러낸다 '기업공개'

상장 앞서 실적과 재무구조 공개…주식 팔아 운영·투자자금 조달

입력 : 2015-08-20 오후 4:16:48
90년대 후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퍼펙트 블루'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나탈리 포트만 주연 ‘블랙 스완'의 모티브가 됐던 심리 스릴러물인데요. 주인공은 인지도 없는 아이돌 여가수 '미마'입니다. 영화는 미마가 여배우로 전향하면서 겪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다 보니 잔인한 장면도 대거 나오는데요, 충분히 심호흡을 하고 봐야 할 영화입니다.
 
스토커와의 추격전이나 살인 장면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미마가 인기를 얻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여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대중 앞에 드러냅니다. 수위 높은 누드 화보를 찍기도 하고, 사생활이 노출되기도 했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부 공개하는 대가로 그녀는 화려한 여배우의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자본시장에서는 '기업공개'라는 절차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불리는데요,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일반 기업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겁니다. 실적이나 재무 구조를 투명하게 알려주는 거죠. 비상장기업이라면 굳이 모두에게 실적과 재무 정보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지만, 증시에 입성하려면 이러한 공개 절차가 필수입니다. 여배우 미마가 자신을 드러낸 대가로 인기를 얻었듯, 기업공개를 하고 주식을 팔아 회사 운영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거죠.
 
최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선언이 이슈가 됐는데요, 자금 조달보다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이미지 관리의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형제의 난'과 함께 그동안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상당했기 때문이죠. 그룹 내 기업공개를 한 계열사의 비중이 대기업 중 가장 낮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니까요. 호텔롯데라는 거물이 주식시장에 나오면서 주간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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