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든 사람들의 관심 중 하나는 재테크다. 돈을 모으거나 굴리는 목적은 내 집 마련, 학자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종착역은 노후대비다. 은퇴시기를 60세 전후라고 가정할 때, 이후 긴 세월 필요한 노후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25세에 사회초년생이 되면 은퇴까지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35년 남짓, 퇴직 후 월급 없는 30년을 잘 버티려면 한창 돈을 벌 수 있을 때 악착같이 모아야한다. 금융전문가들이 돈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노후를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2인 가구 노후생활비, 국민연금 184만원·금융권은 300만원대 제시
그렇다면 은퇴 이후에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할까? 이는 개인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입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현재 보유 중이 자산이 얼마인지에 따라 다르다. 우선 전문가들이 계산한 노후생활비를 보면 공공기관은 다소 낮게, 민간 금융기관은 높게 책정한 경향이 보인다. 국민연금이 밝힌 적정 은퇴생활비는 월 184만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은퇴자와 은퇴예정자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60대 이상 부부가 생각하는 은퇴부부의 최소생활비는 월133만원이었고 적정생활비는 184만원이었다. 통계청이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책정한 2인가구의 노후생활비 194만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민간금융기관이 내놓는 노후생활비는 월평균 300만원대로 높은 편이다. 삼성생명은 은퇴백서에서 한국인은 은퇴 뒤 최소 월 211만원이 필요하며 여유 있으려면 319만원정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50대 부부의 적정 은퇴생활비로 한 달에 300만원, 60대 부부는 260만 원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60대 은퇴 부부의 적정생활비로 월 285만원, 은퇴 직전 50대에는 자녀교육비까지 포함해 354만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은퇴후 생활방식 고려해 계산해야
이처럼 개개인의 은퇴생활비가 각각 다른 것은 기초생활과는 달리 기대하는 여가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 1회 건강검진과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며 소형 승용차를 소유한 부부와 월 2회 골프와 연1회 해외여행을 다니는 부부의 노후생활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40)씨와 부인(38세)을 예로 들어보자. 김씨가 60세에 은퇴한 뒤 필요한 생활비를 250만원(여가생활비 포함)으로 계산한다.
이때 김씨의 예상사망 시기는 85세,남편 사별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은 10년, 물가상승률 3%, 은퇴 후 노후자산 운용수익률을 4%로 가정한다. 이 가정하에 은퇴자금을 계산해보면 부부가 함께 생존하는 기간 25년 동안 필요한 생활비는 6억85만원~10억144만원이다. 그리고 남편 사망 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10년) 동안 필요한 생활비는 1억513만~1억7523만원이다. 두 기간을 합친 노후생활비는 7억598만원~11억7667만원이다. 20년 뒤에 김씨부부가 손에 쥐고 있어야하는 돈이다.
국민연금 가입여부에 따라 필요자금 5억차이
10억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을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노후생활비를 계산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 중의 하나가 국민연금 가입 여부다. 은퇴 후 월생활비를 25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은퇴시점에 가지고 있어야할 노후생활자금은 10억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없다면 14억7000만원으로 훌쩍 늘어난다. 월 80만원을 받는 국민연금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준비해야할 은퇴자금에서 5억원 가량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후 월생활비를 150만원으로 가정하면 20년 뒤 노후생활비는 4억에서 8억원이면 된다. 대도시에서 150만원이면 어려울지 모르나 지방에서는 충분하다. 농촌에서는 100만원정도면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따라서 은퇴할 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생활비가 비싼 서울, 부산, 인천을 떠나 지방으로 농촌으로 이사 가는 것도 방법이다.
저금리일수록 재테크 '필수'
중요한 건 필요자금을 하루라도 빨리 설계하고 모으는 일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20년 후의 10억원이 여러 가지 기대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4%일 경우 현재 가치는 4억 5638만원이며 기대수익률이 10% 일때는 1억4864만원이다. 10억 원대의 은퇴자금이 현재가치로 보면 결코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을 굴리는 기술, 재테크다.
돈을 잘 굴리는 사람. 재테크 실력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짧은 기간 내에 더 큰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 1~2%의 금리를 주는 은행 예금만 이용해서는 노후자금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면 주식과 펀드, 부동산, 보험 등 다양한 투자를 통해 기대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한다”고 밝혔다.
단, 고령일수록 부동산투자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30대와 40대 인구가 줄어들면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경우 지난 15년간 부동산 가격이 60%이상 폭락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동 VVIP센터 팀장은 “우리나라 가게자산구성을 보면 부동산 비중이 80%로 지나치게 높다”며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