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예멘은 7개월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 내전은 어린이 500명을 포함한 4천 명의 사망을 가져왔고, 인구의 80%인 2천만 명이 긴급 구호가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갖추어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조치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국제사회가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 theguardian에서 10월 23일에 보도한 기사이다.
the guardian. 사진/바람아시아
알 마타리 부인은 진통이 시작됐을 때 제왕절개 수술을 권유받았다. 가장 가까웠던 서부 예멘의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은 수술을 위한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수도에 있는 병원으로 가세요.” 그녀에게 한 말이다. 부부는 수도에서 서쪽으로 30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아내를 사나(예멘의 수도)의 병원으로 데려갈 돈이 없었어요. 마을에 있는 산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마타리 부부는 도움을 줄 산파를 찾을 수 있었고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의학적 조치가 필요함에도 이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멘에서는 이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공습은 약물, 수술 도구, 인력 등의 심각한 부족을 야기했으며. 현재 남아있는 의사들마저 예멘을 떠나게 하고 있다.
금년 초 후티 반군이 사나(예멘의 수도)를 점령해 대통령을 압박하기 전부터, 예멘의 인구 25,200만 명 중 8,600만 명은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은 후티 반군을 몰아내려 3월부터 공습을 시작했다. 내전이 시작된 이후 민간인 2,300명을 포함한 5,000여 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세계 보건 기구는 예멘의 병원의 23%가 더 이상 제구실을 하고 있지 못하다며 예멘의 의료제도가 붕괴 직전에 처해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달 베니 마타르에 위치한 셉탬버 트웨니식스 병원은 세 차례의 폭격을 맞았다. 연합군의 목표는 옆 건물이었다. 관리인 한 명이 사망했고, 10명의 의료진이 부상당했다. 의사들은 진행하던 수술을 즉시 중단하고 대피소로 달려갔기에 환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했다. “폭격 이후 수술실, 엑스레이실, 분만 병동이 모두 동결됐습니다. 환자들은 병원으로 전진했지요. 환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의료진에게 작업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병원 원장인 무함마드 앱둘라힘 자드가 말했다.
폭격을 당한 건 이 병원만이 아니었다. 사나에 위치한 알 싸우라 종합 병원(예멘 최대 의료 시설)은 5월 공습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노쿰산 근처에 있는 후티 반군의 무기 저장소를 겨냥한 공격이었다. 아덴의 대형 병원 중 하나인 리퍼블릭 병원 역시 붕괴되었다. 병원 1층이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은 폭격을 맞은 병원 건물에서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적절한 의료 기구 없이 이들을 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4월, 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는 후티 반군에 대해 무기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명령은 음식과 물, 의료 기구 수입에 대해서도 많은 제한을 두게 됐다. 지역 마켓의 물건은 동났고, 병원은 관련 의료 기관에서 물자를 조달 받고 있지만 지속적인 공급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나 종합 군사병원 문 밖에 서 있는 62세의 노인 무하바드 알리는 병원 치료를 두 번 거절당했다. “알 싸우라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한 주 동안 중단한다고 해서 이곳에 왔는데, 이곳에서는 의료물품이 없다고 오늘이 마지막 치료라고 합니다.” 그는 급성 신장 장애로 투병하고 있는 아내를 앞으로 어디서 치료받도록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알 싸우라의 병원장 안와르 무그하리는 병원이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환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전했다. “저희 병원에는 신장 투석과 같은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 약품들이나 의료 기구가 다 떨어졌습니다. 회사에서도 의료 기구를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근처 마켓에서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주까지 무그하리는 인근 병원들의 도움으로 신장 투석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급받은 물품도 모두 바닥났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 병원은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긴급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120명의 환자들이 있지만, 이 병원의 심장 의료 부서 역시 대부분의 진료를 중단하였다.
무그하리는 수입 진입 장벽이 문제의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상업적 선박이 예멘에 오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회사들은 약과 의료장비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국제기구들만이 허용되고 있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들여오기에는 국제기구만으로는 한계가 많습니다.” 또한 그는 많은 약물들이 온도에 민감하기에 운반 시에 환경을 통제해야 하는데, 지금 예멘의 상황에서는 이런 조건조차 갖추어지지 않고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셉템버 트웨니식스 병원에는 고혈압, 당뇨병, 정신질환과 관련된 의약품이 모두 떨어졌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예멘 책임자인 하산 부세닌은 의사들의 고충을 전달했다. “수출 금지 조항 때문에 마켓은 병원과 환자의 수요를 들어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보건 복지부는 물품을 들여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국경 없는 의사회는 지난 3월부터 해외에서 의료 물품을 들여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400톤의 물품이 들어왔다. “우리의 공급 물품은 주로 긴급상황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원하는 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 의료물품과 도구들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부세닌이 말했다.
국제 적십자 위원회의 대변인인 애난 히잠은 물자 및 의료물품을 지역 병원에 전달하고 있으며, 예산 역시 지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병원들은 약을 나라에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와 함께, 의료진과 관련한 정반대의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의료 직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외국인들이 예멘을 떠났다.
무그할리는 3월에 시작된 폭격 이래로 많은 외국인 전문가들을 포함한 400명의 의료진을 잃었다고 말했다. “간호사, 의사, 마취 전문가, 심장과 신장 전문가들이 떠났어요.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전쟁을 피해 움직이는 230만 명의 예멘 사람들을 따라 현지 의료진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병원은 현지 의사들의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24시간까지 늘어났다. 이 장시간 근무는 외국인 의사들의 빈자리를 매우기 위해서다. 인턴 기간 중인 학생들 역시 환자들을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후티 반군이 UN 중재한 평화 협의에 동의했지만, 폭탄은 계속 터지고 있고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예멘의 시민들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거나, 그들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마타리 부부는 운이 좋았다. 나머지 예멘 시민들, 그들은 그렇지 않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