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터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선진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감안해 신중하고 완만하게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계 경제의 회복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G20 정상회의 2세션에 참석해 “거시정책의 국제공조도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의 경기둔화까지 맞물리면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유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제공조 등 G20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제안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통화스왑의 확대나 지역금융 안전망 같은 보다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기 의장국인 중국을 향해 “현재의 금융 안전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IMF가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액션플랜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진국 통화정책의 신중조정’을 주문한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그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국가를 지칭한 것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각국 통화정책이 적어도 G20 공조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번에 마련한 BEPS 대응방안은 글로벌 공조의 대표적 성공사례”라면서 “한국은 G20의 BEPS 대응방안을 적극 지지하며 조만간 국내법에도 도입하고, 아울러 조세정보 자동교환 선도그룹의 일원으로서 외국 과세당국과도 정보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을 의미하는 BEPS는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간 세법 차이를 이용해 세부담을 줄이는 글로벌 조세회피를 말하며 주로 다국적기업들이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사용한다.
G20와 OECD는 이를 막기 위한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위 ‘구글세’로 불리는 제도가 대표적으로 G20은 지난해 국가간 조세정보 자동교환을 위한 글로벌 모델을 마련했으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15개의 역외 조세회피 대응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박 대통령은 2세션 토의를 마친 뒤 업무오찬에 참석할 예정이고, 이후 G20 정상들은 경제, 테러리즘 관련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코뮤니케)을 채택하고 회의를 마무리한다. G20 일정을 모두 마친 박 대통령은 18일부터 시작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출발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후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에서 각국 정상들과 G20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