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서울보증의 사장 선임 작업이 관피아(관료 출신과 마피아의 합성어) 낙하산 논란을 받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KB금융(105560)지주 사장으로 내정된 김옥찬 전 사장도 아직까지 SGI서울보증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KB금융 사장 취임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최근 2차 회의에서 서류전형을 통해 최종 후보자 4명을 선정했지만 최종 면접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김옥찬 전 사장이 퇴임한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선임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후보군은 추렸으나 면접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며 "보통 사장 선임 작업이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신임 SGI서울보증 사장에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전 수석부원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SGI서울보증 대표이사직에 '취업승인' 결정을 받았다.
최 전 부원장은 행정고시 25회로 옛 재무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한 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최 전 수석부원장의 내정설이 돌면서 관피아 복귀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인사 척결 여론이 높아지면서 SGI서울보증은 민간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대대로 이어져온 관피아 인사의 고리를 끊어낸 바 있다.
하지만 1여년 만에 관료 출신이 사장직 복귀를 시도하면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SGI서울보증 노조도 낙하산 인사가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하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보증서가 전임 사장 이름으로 발급되고 있다"며 "최종 후보가 정해지더라도 주총에서 승인하려면 보름 이상 걸리는데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에서는 김옥찬 사장 내정자가 12월 초에나 최종 선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 내정자는 지난달 SGI서울보증을 퇴임했으나 아직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KB금융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 김 사장 내정자 선임을 보고해야하는데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SGI서울보증에서 사장 선임이 마무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KB금융은 다음달 중순에 예정된 본입찰을 대비해야 한다. 인수 작업이 이미 절차에 돌입했으나 앞으로 KB금융의 비은행 사업을 총괄하게 되는 김 사장 내정자가 대우증권 인수 사업을 손수 챙기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금융권에서는 신임 SGI서울보증 대표이사에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사진)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