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차기 협회장 선거 후보로 등록한 지 하루 만에 사퇴했다. 이로써 후보는 양휘부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만 남게 됐다.
제17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호반건설
호반건설은 18일 "김상열 회장이 KPGA 선거관리위원회에 제17대 회장 후보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회장은 "KPGA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다짐하며 골프에 대한 애정만으로 기업인들과 뜻을 함께해 협회장 출마를 결심했었다"며 "그러나 협회 운영에 대해 불신과 갈등이 크고 선거 과정에서 특정 집단 간 대결 구도로 변질돼 선거가 진행될수록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김 회장은 "KPGA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 간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남자골프가 새로운 발전의 길로 나설 수 있다"며 "한국 남자골프 발전을 바라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기업인으로 돌아가, 제가 할 수 있는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17일까지 등록 절차를 마친 회장 후보로는 양휘부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만 남게 됐다. 사실상 합의 추대의 형태로 취임을 하는 형태가 됐다.
당초 김 회장은 호반건설이 주최할 2개 대회를 포함해 9개 대회를 신설하고 40억원의 발전기금도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김 후보는 대회 수 확대 외에도 총 상금 규모를 올해(84억원)의 곱절에 해당하는 최대 165억원까지 늘릴 것이라는 발전방안, 협회 재정 안정을 위해 발전기금 40억원을 협회장 자격으로 출연하는 등 약 60억원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침체된 남자 골프의 부흥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대회를 후원하겠다고 약속한 기업 8곳도 확보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결국 협회장이 아닌 형태로 골프계를 돕기로 했다. 호반건설은 국내(경기 여주 스카이밸리CC)와 하와이(와이켈레CC)에 각 1개씩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고, 여자 골퍼 3명(지한솔, 배희경, 박주영)이 속한 골프단도 운영 중이다. 골프계에 기여할 방법은 많다.
한편 KPGA는 오는 28일 오후 KPGA회관(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신임 회장을 선출한다. 협회장 후보는 총 201명의 대의원 선거단 가운데 과반 표를 얻어야 회장이 될 수 있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4년간이다.
다음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발표한 사퇴의 변 전문.
<제17대 회장 후보 사퇴의 변>
안녕하십니까.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입니다.
저는 골프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그 동안 KPGA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모습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을 하던 중에, 현 KPGA 집행부로부터 한국프로골프의 활성화를 위해 제17대 KPGA 회장으로 나서주기를 권유 받았습니다. 이후 심사숙고 끝에 제17대 KPGA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나서기로 결심한 바 있습니다.
저에게 흔쾌히 KPGA 활성화를 위해 후원을 약속한 여러 기업들의 참여로 코리안투어가 양과 질적인 면에서 확대되고, 이와 함께 챌린지투어(2부 리그)와 프론티어투어(3부 리그)가 안정적인 우수 선수 발굴의 장으로 활성화되면서, 모든 회원들이 활기를 띠고 협회운영에 참여하고 소통한다면 협회 역시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였습니다.
하지만 KPGA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다짐하며, 골프에 대한 애정만으로 협회장 출마를 결심한 저와, 뜻을 함께한 다른 기업인들의 의도와는 달리, 현재 KPGA는 협회 운영과 관련한 불신과 갈등으로 양분되어 이번 협회장 선거과정에서 특정 집단 간의 세력 대결구도로 변질되어 가고, 선거가 진행될수록 더욱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졌으며, KPGA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회원 간의 통합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한국남자골프가 새로운 발전의 길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오늘 KPGA 회장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함께 입후보하신 양휘부 회장님은 한국남자골프 발전에 대한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계시고, 모든 회원들의 통합을 이루어 KPGA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역량과 진심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부디 저의 사퇴를 계기로, 한국남자골프의 새로운 부흥을 갈망하는 모든 회원들께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이번 선거를 KPGA 화합과 도약의 장으로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골프를 사랑하고 한국 남자골프의 발전을 바라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기업인으로 돌아가, 그 뒤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