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물가가 이상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여만에 최저를 기록하며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채소와 과일의 가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때문에 서민들은 물가가 안정됐다는 정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9년2개월來 최저라지만..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전보다 1.6% 오르는데 그쳐 지난 2005년 5월 1.1% 이후 9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채소나 과일 등 농축산물 등 식품류의 가격상승률이 높아 서민들이 겪는 물가고(苦)는 여전했다.
한달 전보다 상추는 58.5%, 열무 18.5%, 오이 7.1%, 수박 6.9%, 돼지고기가 3.5% 올랐다. 특별관리 대상인 'MB물가'의 주요 생필품 가격도 전체 52개 품목 가운데 37개나 인상됐다.
1년 전보다 파는 54.7%, 우유 22.0%, 배추 19.6%, 설탕 15.4% 올라 물가가 비싸 이것저것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한없이 가볍다.
그런데도 정부는 환율안정과 경기하강 요인이 시차를 두고 반영됐고, 지난해 7월 크게 상승한 소비자물가의 기저효과 등이 작용해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했다.
◇ "유가가 내렸기 때문"
이종화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공급부족과 복날·휴가철에 따른 수요증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체감물가가 높은 것은 작년에 너무 많이 오른데다 소득도 줄었기 때문이다. 체감물가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1%대는 물가유가하락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 지난해 급격한 유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연말쯤에는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 하락하고 있는데 1% 상승은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6월 한국이 2.0% 상승률을 기록했을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이 -1.4%, 일본 -1.8%, 아일랜드 -5.4%, 스위스 -1.0%, 프랑스 -0.5%, OECD 평균 -0.1% 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가 유지되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도 유가가 내렸기 때문이지 정부의 역량이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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