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11월 중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해도, 실제 부실기업 정상화 작업은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과의 협상을 통해 부실채권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데다, 그 채권을 사들일 사모펀드(PEF)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자문 위원회 선정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3월은 돼야 은행이 보유한 부실기업 채권이 유암코로 넘어가, 실제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암코 관계자는 "은행이 못하는 구조조정 업무를 우리가 하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적정 가격이 형성돼 시장에서 그 채권을 살 수 있는 형태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며 "가격 결정, 실사 등 다른 물밑작업 진행하면 내년 3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암코는 자본금 1000억~2000억원 사이의 기업 중 좀비기업, 내지는 한계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 10곳을 구조조정 후보군으로 추리고 심사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는 미리 예고 했던 대로 11월 안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기업의 주가가 요동치거나 실사 과정에서 대상 기업이 바뀔 것을 감안해 기업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정수 유암코 상무는 "11월 중에 구조조정 대상기업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나, 언론 공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상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고 실사 도중에 조건이 안맞아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11월 안에 유암코가 구조조정 기업 1호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한 이후엔 다양한 절차가 남아있다. 이달 내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어디인지 정해지면 채권은행들과 부실채권 가격을 결정한 이후 구조조정 채권이나 주식을 인도받게 된다.
그러나 이게 말이 쉽지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구조조정 전문가를 확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유암코는 부실채권 처리기관으로써의 노하우를 이미 지니고 있지만, 구조조정 기능이 확대된 만큼 관련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업무를 감당할 인력이 국내에 딱히 없다는 것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내부에는 충원계획을 감안해 내년 예산 계획을 짰는데, 진짜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인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털어놨다.
'구조조정 자문 위원단'을 꾸려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현재 은행들이 추천한 6명의 후보가 물망에 올라 이들이 구조조정 업무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은행과의 가격 협상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은행이 기업의 부실채권을 들고 있으면서 충당금 부담을 지는 것 보다 유암코에 넘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려면 그 채권의 가격이 너무 높거나 낮아서는 안된다.
유암코가 조성한 펀드에 외부자금이 유입될 지도 미지수다. 유암코의 기본 재원은 4조2000억원이다. 금융위는 유암코의 재원에 기초해 사모투자펀드(PEF) 형태로 14조원의 자금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암코와 채권은행 간 가격 조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것도 3년이 소요돼 PEF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