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프랑스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또다시 발생한 무차별적 테러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대테러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테러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케 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연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지에 대한 불안감마저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테러가 두려운 이유는 사전 예방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이를 통해 야기될 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핵물질을 이용한 방사능 테러는 특히 위협적인 테러로 손꼽히고 있다. 방사능 테러를 통해 발생할 사회적 공포는 경제활동 위축 등을 통해 장시간 동안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또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그동안 방사능 테러를 막기 위한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핵안보정상회의 등 여러 국제적 협의를 통해 핵폭발물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에 대한 관리 방안을 비롯해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부각된 원자력시설 및 방사성물질에 대한 보안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에 대한 특별법('원자력시설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을 제정하고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원자력시설, 운송 중인 핵물질에 대한 방호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병원 및 일반산업체에서도 사용 방사선원에 대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비가 충분하냐는 물음에는 쉽게 대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우리나라의 내부 안보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경유하여 폭발물의 원료로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을 이송하려는 시도가 적발된 바 있고 최근에는 IS 추종자로 보이는 국내 외국인의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기도 하였다. 또한, IS에 합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리아에 간 김 군과 같은 ‘외로운 늑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외국과 같은 자생적 테러 발생 가능성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둘째로 테러의 위협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련 제도적, 법적 체제가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앞서 언급한 방사능 테러를 비롯해 기존의 예상을 벗어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여러 대응조직을 통합하여 전체적으로 관리 할 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은 불가능하다. 특히 보안 문제는 국내외 정보수집이 필요하고 기밀성이 관건이기 때문에 통합적인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손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존 대응 체제를 넘어선 새롭고 혁신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테러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미 IS는 62개국의 테러 대상국을 발표하며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테러대상 국가로 선언한 상황이다. 이제 프랑스 테러 사건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소모적 논쟁을 넘어 현실적이고 철저한 대비만이 우리를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