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2월 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과연 시장이 기다리는 감산 결정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유가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는 많은 OPEC 회원국과 시장은 감산을 희망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감산 가능성이 낮다고 전한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쉽사리 감산을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향후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CNBC 전문가 100% "감산 가능성 0"
OPEC 회원국들은 오는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하반기 총회를 열고 저유가와 감산 등의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현재 하루 원유 생산 목표량인 3000만배럴이 감산될 지 여부다. 현재 OPEC 12개 회원국의 10월 원유 생산량은 3138만배럴로, 목표치인 3000만배럴을 넘기는 등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태다.
그러나 1일(현지시간) CNBC의 조사에 따르면,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 및 24명의 원유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원이 "이번 회의에서 감산이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실상 감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세계 최대 산유국 및 OPEC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이지만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날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회의 때 모든 이야기를 듣고 결정할 것"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장관의 발언이 감산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대감은 낮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해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만큼,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OPEC 회원국이 아닌 만큼, 러시아가 감산을 결정하기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들어 러시아는 하루에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며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의때 의견 충돌이 상당해 어려운 회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다른 OPEC 회원국들 역시 강력히 감산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충격을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에콰도르는 강력한 감산을 요구하고 있다. OPEC 회의 장소인 비엔나에 일찍 도착한 칼로스 파레자는 비엔나에 일찍 도착해 “정부의 매출 절반이 유가 하락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 연말 및 내년 상반기 유가 전망 어두워
최근 한 달간 국제유가 추이. 자료/investing.com
최근 이렇게 공급 과잉 현상이 이어지며 유가는 배럴당 40달러로 낮은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감산 가능성이 희박함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의 전망도 어둡다.
앞서 언급한 CNBC의 설문조사에서 46%의 응답자들은 내년 상반기에 유가가 최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심지어 29%는 그보다 더 빨리 올 연말에 유가가 최저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응답은 21%였다.
또한 70%의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0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브렌트유 역시 67%가 40~5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지난달 18일 골드만삭스는 만약 올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따뜻하다면 수요가 더욱 줄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더욱 암울한 전망을 냈다.
이렇듯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 및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서 수요는 빠르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요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제재까지 풀려 이란산 원유까지 시장에 쏟아진다면 공급 과잉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유가 하락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39%의 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쯤에는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마이클 위트너 소시에테제네랄 리서치팀장은 "사우디가 감산을 거부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유가 전망이 밝지 않다"고 전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