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 4년 더 유예…혼란만 더 키워

롤스쿨 측 "'떼법' 용인…국민 약속 저버려"
변협 등 "책임 피하려 다음 정부에 공 넘겨"

입력 : 2015-12-03 오후 5:54:43
법무부가 오는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을 4년 더 유예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사법시험 존폐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공식입장 발표다. 그러나 명확한 폐지나 존치가 아닌 '유예'라는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시존치나 폐지론 양측 모두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2021년까지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그동안 폐지에 따른 보완 방안을 마련해 제시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이날 "현재 로스쿨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정착 과정에 있다"며 "하지만 제도로 도입된 지 7년 정도 경과해 현 단계에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판단할 객관적 자료가 충분치 않고, 좀 더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유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법무부는 유예 기간 동안 로스쿨 제도를 통하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로스쿨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도 검토하기로 해싸. 유예기간 동안 사법시험으로 선발하는 인원 수도 추후 사법시험관리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중심으로 그동안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했던 쪽은 '떼법', '폭거' 등 원색적 비판을 퍼부었다.
 
로스쿨협의회는 이날 "법무부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방침을 스스로 저버렸다"며 "'믿음의 법치'를 강조하던 법무부는 지난 7년 동안 2009년에 만들어진 법률을 믿은 로스쿨 진학자 1만4000명과 그 가족의 신뢰를 무시하고 '떼법'을 용인해 '떼법의 수호자'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도 "사법시험을 4년간 더 존치하는 것은 신뢰 보호에 위반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스쿨 제도를 먼저 정착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로스쿨 제도를 더 흔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법시험 존치 진영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유예'라는 미봉책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민적 여망을 반영해 사법시험을 존치하기로 한 정부의 입장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그러나 사법시험의 가치와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시존치 결정을 사실상 4년 후로 연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는 정부의 입장도 발표된 만큼 법사위에 상정된 사시존치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법시험을 '한시적으로' 존치하자는 것은 혼란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의미"혹평하고 "향후 4년만 사법시험을 존치한다는 법무부의 입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현 시점에서 법무부 입장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사법시험 존치 등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가 단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에 맞는 최선의 시스템을 찾기 위하여 심층적인 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법시험 폐지 유예가 필요한지, 만약 필요하다면 4년이라는 기간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유예안을 담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발의해 내년 상반기 중 법안 처리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사법시험 존치여부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이우찬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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