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해외 플랜트건설, '빚좋은 개살구'?

엄청난 규모 비해 내실 부족..국산기자재 비율 30% 불과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입력 : 2009-08-13 오전 2:16:36

[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지난해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우리 주요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해외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일본의 선진 업체들을 제치고 싹쓸이 하다시피 하고 있는 해외건설이 그 엄청난 규모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외플랜트 공사는 우리 해외건설수주의 핵심으로, 지난해 총 476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건설수주 중 수주금액 기준으로 60%에 이른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선진국 업체들을 따돌리기는 했지만 한정된 프로젝트 물량을 두고 국내 기업끼리 과당경쟁을 하면서 수주 가격하락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수주가격 경쟁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 플랜트 공사는 우리 기업들이 많이 수출하고 있는 석유, 가스 시설의 경우 60~70%가 기자재 조달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따라서 기자재를 어느 나라에서 조달하는가에 따라 연관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실제로 국산 기자재 사용비율은 30%에 불과한 상황이다.

 

신광호 국토해양부 해외건설과 서기관은 “과거엔 10%에 불과했던 국산 기자재 사용비율이 점점 증가해 30%까지 올랐지만, 일본은 자국 기자재 사용비율이 60%에 이른다”며 “우리 기업들이 핵심 기술개발에 노력함과 동시에 해외 발주처에 밴더 등록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나온 ‘플랜트 수출확대 및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단기적으로는 우리 기자재 업체들이 해외발주처에 대한 밴더 등록에 나서도록 장려하고, 장기적으로는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기술이 부족한 부문에 대한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수주 이후 공사 지연이나 중단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해외플랜트 공사는 규모가 워낙 커 잘못되는 경우 한 프로젝트가 회사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주 국가의 정치적 안정과 디벨로퍼의 자금조달 능력 등의 위험 요소를 잘 관리해야 한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팀장은 “세계적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일부 해외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조달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며 "특히 민자 발전소의 경우 해외 미국이나 유럽계 디벨로퍼들이 자금조달을 준비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그 중 일부 공사가 자금조달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 공세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금융위기에 따른 공사 중단 위험성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와 같은 제살 깎아먹기식의 저가 수주경쟁은 줄어드는 추세며, 대부분 적정 수준의 이윤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우려만큼 심각한 상황이 갑자기 닥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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