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소액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김씨는 최근 수익률을 종합한 결과 5%인 것을 확인했다. 4개 펀드에 투자했지만 국내 중소형펀드를 제외하고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대형주 펀드 손실을 만회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김씨는 “5년 전만해도 5%면 바로 해지했을 수익률이지만 1%대 저금리인 지금은 이 정도 꾸준한 수익이라도 만족한다.며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펀드로 자산배분하면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얻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저금리가 바꾼 트렌드..기대수익 낮추니 주식보다 채권형 '인기'
신규펀드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 위험자산으로 여겨졌던 국내 일반주식형펀드에 돈을 한꺼번에 붓던 투자자들이 이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다양한 유형의 펀드에 골고루 나누어 투자한다. 고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기상품이 아니라 노후를 대비한 장기투자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투자문화가 펀드 업계를 바꾸고 있다“며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수는 줄어들고 해외주식형과 채권혼합형 중소형 등 다양한 펀드로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 출시된 신규펀드 동향을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말까지 신규 설정된 펀드는 총 362개로 전년대비13개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주식형펀드가 188개로 가장 많았고 채권혼합형이 89개, 채권형펀드가 34개로 뒤를 이었다. 올해 신규펀드의 순자산은 9조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3조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것은 채권혼합형펀드와 채권형펀드의 성장이다. 채권혼합형 신규펀드 수는 89개로 작년대비 29개가 증가했고, 순자산은 2조988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올해 채권혼합형펀드에서는 20펀드가 재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주식편입비가 20% 수준인 20 채권혼합형펀드는 그간 30 펀드에 밀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올해 지속되는 저금리로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급락하자, 정기예금 투자자를 겨냥하여 안정성이 강화된 20 펀드가 시장에 재등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을 원하는 안정적인 투자자들이 채권혼합형펀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실제 20펀드 출시 이후, 주식편입비가 10%인 10펀드도 출시되며,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고려한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됐다"고 말했다.
트렌드반영 삼성·KB운용 '뜨고' 미래에셋·IBK운용'지고'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운용사는 펀드마케팅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45개 신규펀드를 출시했는데 채권혼합형펀드를 내놓으면서 흥행몰이에도 성공, 순자산을 2조원이상 불렸다. KB자산운용도 지난 4월 채권혼합형펀드인 ‘KB가치배당펀드’를 출시해 순자산 3269억원을 불렸고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20’도 지난 4월 출시한 이후 순자산 100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올해 신규펀드를 가장 많이 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66개 출시)은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순자산은 오히려 줄었다. 신규펀드 유형 중 이전과 비슷한 일반주식형이 여전히 많았다는 평가다. IBK 자산운용도 올해 11월말까지 18 개의 신규펀드를 출시하였으나, 전체 순자산 규모는 185억원에 그쳐 대부분의 펀드가 흥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형펀드, 메리츠코리아스몰캡 4000억원 모집
채권혼합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중소형이나 헬스케어 등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는 출시 후 6 개월여 만에 4000억원 가량이 들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형펀드의 대표로 여겨졌던 일반 액티브 주식형펀드의 경우 순자산이1580억원이나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박스권 장세가 5년 가까이 이어지며 일반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꾸준히 감소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형과 헬스케어 중심으로 랠리가 이어지면서 관련 섹터와 업종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국내 보다 해외펀드, 이머징 보다는 선진국
국내증시가 지지부진한 탓에 해외주식형펀드 출시가 봇물을 이뤘다는 점도 올해 특징이다. 새내기 펀드 362개 가운데 220개 펀드의 투자대상이 모두 해외였는데 이는 전년 대비 57%가 증가한 수치로 그만큼 해외펀드가 키워드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채하나 연구원은 "2010 년 이후 횡보를 보이고 있는 코스피지수보다, 꾸준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선진국지수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각되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펀드 비중이 컸지만 이를 제외하면 투자지역도 분산됐고 투자대상도 달라 과거와 같은 이머징 편중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수익못지 않게 위험을 고려해 자산배분을 하려는 요구가 커졌다는 얘기다. 신규출시된 펀드들이 국내에서 해외로, 해외펀드는 변동성이 높은 이머징펀드 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펀드로 확대되는 흐름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대표는 "투자자들도 이전과는 달라졌다"며 "며 "상품을 출시함에 있어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 위험을 감안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