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금융 부문을 지원하는 미 정부의 프로그램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택시장 거품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주택시장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FRB가 주식시장에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포춘지는 지적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저지하기 위해 FRB는 그간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해 온 바 있다. FRB의 이 같은 노력은 대부분 칭찬받았다. 실업률 증가세는 다소 완화됐고 생산에서도 회복세가 어렴풋하게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주식시장도 빠른 속도로 반등했다. 경제 회복 전망이 여전히 희미한데도 글로벌 시장이 지난 3월 바닥을 다진 이후 S&P500은 무려 51%나 급등했다.
이에 대해 글러스킨 셰프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1930년대 초 이후 주식시장에서 보인 가장 투기적인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주식시장 랠리는 투자자들이 상상한 최악의 시나리오, 즉 1930년대 식의 대공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사라진 데 어느 정도 힘입은 것이긴 하다. 또 주가가 크게 올랐긴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가 붕괴했던 9월이후 S&P는 여전히 16% 정도 하락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지속되면서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승장에 추가로 올라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RB가 또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투기 매니아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가령 AIG와 패니매, 프레디 맥 등을 포함해 저평가 돼 있던 주식들은 최근 수주간 강한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그룹들. 이들은 빠른 시일내 건실한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이머징 마켓 주식시장의 급등세와 달러 급락세도 그간 신용이 지나치게 확대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경우 올해 무려 80% 급등했고 달러는 3월 이래 10%나 하락했다.
비안코 리서치의 투자전략가 하워드 사이먼스는 "이런 움직임은 유동성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며 지나친 확장 정책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유동성이란 것이 다소 모호한 개념이긴 하지만, 어쨌든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포춘지는 공짜로 생긴 돈으로 투자자들이 리스크 감수 욕구를 불태웠고 주식을 사모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향후 경제 성장 전망이 현재의 주식 가치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 리서치의 세바스천 베커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3월 중순 이후 보인 강한 주식시장 반등이 향후 회복을 선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위험자산 투자 욕구에 따라 유동성이 흘러 들어간 결과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FRB는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무시한 탓에 겪은, 길고 고통스런 수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기 전에 금융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FRB와 벤 버냉키 의장, 그리고 다른 많은 중앙은행장들은 소비자 물가가 아직까지는 안정적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제까지 수없이 많이 속도 조절에 실패해왔다. 이에 사이먼스는 "중앙은행들은 어느 지점에서 속도계가 고장났다고 고백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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