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청용, 연말이 진정한 '시험무대'

'박싱데이' 촘촘한 일정 속 출전 여부 관심

입력 : 2015-12-08 오후 5:34:3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운동장에서 사라진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을 향한 이적 제안이 늘어난 가운데 곧 다가올 소속팀의 빡빡한 일정이 그의 시험 무대로 떠올랐다.
 
이청용은 8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머지사이드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에버턴과 원정경기에서 운동장을 밟지 못했다.
 
팀 내 경쟁자인 바카리 사코와 윌프레드 자하가 각각 부상과 징계로 빠졌음에도 이청용의 자리는 없었다. EPL 공식 홈페이지 또한 이날 경기에 앞서 "이청용이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될 것"이라고 예상한 터라 이번 결장이 더욱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후반 31분 댄의 헤딩골로 앞서가다 후반 35분 루카쿠에게 실점하며 이청용 없이도 1-1이라는 값진 원정 무승부를 따냈다.
 
◇이청용. 사진/크리스탈 팰리스 공식 페이스북
 
각종 부상에 이어 '전술 활용도'까지 의문부호
 
이청용은 올 시즌 EPL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선수다. EPL 4경기를 출전했는데 그마저도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캐피탈 원 컵에서 3경기에 나서며 1골 1도움을 기록한 게 전부다.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 선수인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손흥민(23·토트넘)의 팀 내 입지와 비교해본다면 다소 아쉬운 행보다.
 
가장 큰 원인은 부상이었다. 이청용은 지난 9월 연습 도중 발목을 다쳤다. 10월에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소속팀 크리스탈 팰리스와 브리스톨 시티의 21세 이하(U-21) 리그 경기에 나섰다가 재차 발 부상을 당했다. 이 때문에 축구대표팀 소집도 불발되는 등 운동장과 친숙할 기회부터 잡지 못했다. 기술만큼은 국내 선수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상승세를 탈 만하면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붙잡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앨런 파듀 감독의 전술 속에서 이청용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초 부임한 파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코너 위컴, 요앙 카바예, 바카리 사코 같은 공격과 미드필더 자원을 영입했다. 이들 모두 힘이 좋고 돌파력이 뛰어나 이청용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로 분류된다.
 
야닉 볼라시에와 제이슨 펀천 같은 이청용과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도 올 시즌 활약이 좋은 축에 속한다. 실제 이날 에버턴전에서도 주전 선수 외에 무려 4명의 공격수가 크리스탈 팰리스 벤치에 대기하고 있었으며 이청용은 원정에 동행했으나 이들에 밀려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박싱데이'에서도 못 뛰면 전력 외 평가 나올 듯
 
문제는 크리스탈 팰리스가 EPL 6위(7승2무6패·승점20)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어 파듀 감독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는 거다. 이청용은 파듀 감독의 추천으로 크리스탈 팰리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지금은 이적 초기와 달리 활용 가치가 떨어진 분위기다.
 
상황이 이러니 국내에서 이청용의 이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당연하다. 한 축구인은 "과거 2부 리그인 볼튼에서도 오랫동안 뛰었던 이청용의 전력이 있었던 걸 고려해 이번에는 빠른 판단으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 가운데 이청용의 팀 내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박싱데이(boxing day)'로 불리는 크리스마스 이후 EPL의 살인적인 일정인데, 이 기간 크리스탈 팰리스는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잡혀있다.
 
오는 27일 본머스전(원정), 29일 스완지시티전(홈), 내년 1월3일 첼시전(홈)이 해당 경기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필요한 이 경기에서도 이청용의 출전 시간이 부족할 경우 사실상 전력 외로 평가받았다는 평가가 거세질 전망이다.
 
이청용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공식 계약 기간은 2018년 6월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이 길지만 오는 1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만큼 박싱데이 이후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크리스탈 팰리스의 2015~2016시즌 12~1월 경기 일정. 사진/크리스탈 팰리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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