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불황 속 추억 판매중

키덜트·복고 유행…저성장 시대 과거 시절 회상

입력 : 2015-12-09 오후 3:46:52
#. 직장인 양재림(25·여)씨는 지난 7일 롯데리아에서 '짱구는 못말려' 피규어 판매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까운 매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양씨를 맞이한 것은 피규어가 아닌 '물량이 모두 소진됐습니다'라는 문구였다. 직원은 양씨에게 "들어온지 이틀만에 피규어가 전부 팔렸다"며 "손님같은 20~30대가 '예전에 봤던 만화가 생각난다'며 많이들 받아 갔다"고 설명했다.
 
올해 식품·유통 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키덜트'와 '복고'였다. 그리고 이 둘을 묶는 공통적인 관심사는 '추억' 이다. 최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현상이 사회 전반으로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지난 1일부터 불고기버거세트나 데리버거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짱구 피규어를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준비된 19만개의 제품 물량은 판매 개시 당일 50% 가량이 판매됐으며 사흘째인 3일 전 매장에서 모두 소진됐다.
 
비단 롯데리아 뿐 아니라 피규어로 대표되는 '키덜트족'은 올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마케팅 또한 치열하다. 롯데백화점의 '멘즈 아지트', 현대백화점 판교점 '레프리카', 일산 이마트타운의 '일렉트로마트' 등은 대표적인 키덜트 전용 공간이다. 피규어 외에도 무선조종 완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실제로 키덜트 시장은 빠른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5000억~7000억원 규모다. 향후 2~3년 내에는 1조원 시장으로 거듭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예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만화책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었다"며 "예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잡한 수준의 제품이 제공됐지만 최근에는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증정품마저도 제품의 질이 상승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덜트와 더불어 추억을 매개체로 한 '복고' 마케팅 역시 유통·식품업계 전반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000080)가 부활시킨 '크라운맥주'는 완판행진에 힘입어 3차 물량을 생산 중이다. 옛날 스테이크를 재현한 CJ푸드빌 빕스의 '1997 스테이크'도 지난 6월 재출시 후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지속되면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키덜트, 복고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 대한 향수, 추억 등이 복합된 사회현상"이라며 "예전에는 키덜트나 복고가 30대 후반에서 40대의 전유물이라고 했다면 이제는 2030 세대까지 그 저변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금의 20대들은 과거의 20대에 비해 확실히 악화된 경제적 환경에 둘러쌓여 있다"며 "삶에 낭만과 여유가 없어지면서 과거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 음악 등을 시작으로 유통업계까지 관련 제품들의 인기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내내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키덜트'·'복고' 등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마케팅이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롯데리아 매장에 붙여진 '짱구' 피규어 품절 공지. (사진=이철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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