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스토리)금리오르고 집값하락…버틸수 있을까?

맞벌이 가구, 소득믿고 대비 안해.. 위기시 더 취약

입력 : 2015-12-16 오후 3:01:47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고 지나치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도 개인의 건강과 다르지 않다. 평소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충격이 올 때를 대비해놓지 않으면 자칫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대로 사상 최대를 경신하면서 가계자산에 대한 관리와 위험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 많은 맞벌이가구 위기시 더 취약 
전문가들은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도 미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가계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안정성이 담보되는지를 평가해보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기 시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도 스트레스테스트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스트레스테스트란 어떤 대상에게 부정적 여건을 만들어 견딜 수 있는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작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은 경영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경제지표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을 때 은행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자본을 더 충원해왔다.
  
충격에 약한 맞벌이가구, 소득믿고 대비 안해 
의외인 점은 위기가 터지면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대상이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8년 위기 당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리먼 파산이 대표적인 사례다.가계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득이 없는 홀벌이 가구가 파산할 것 같지만 오히려 맞벌이 가구 파산이 훨씬 많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대 파산법 교수의 ‘맞벌이가구의 함정’에 따르면 맞벌이가구의 소득은 1970년대에 비해 75%나 향상됐지만 위기가 닥치자 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요즘 같이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한 달 소득은 551만원으로, 홑벌이 가구 377만원보다 46% 더 많았다. 맞벌이 가구가 홀벌이 가구보다 1.5배 많이 버는 것이다. 다만, 맞벌이 가구가 가사노동을 포기하는 대가로 추가로 부담하는 지출이 홀벌이 가구보다 1.3배 많았다.결국 가사 노동 부족으로 인한 효용 감소분을 제외하면 맞벌이 가구 소득은 홀벌이 가구보다 20%높았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셈이다.
 
재무설계사들은 맞벌이 부부일 때는 소득이 높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떨어져 씀씀이가 커지지만 갑자기 실직이나 이혼을 할 경우 소득이 급감해도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맞벌이 가구는 대출을 받을 때도 금액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고정지출 많은지 점검해야
하루빨리 내 가계상황을 스트레스테스트해봐야한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만일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지를 미리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계의 고정비용 구조를 검증해보아야 한다.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졌을 경우 견딜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봐야 한다. 모아둔 자산도 없는데 자녀가 해외에 가 있고 부채는 1년 소득의 두 배라면 그 가정은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순자산이라는 완충장치도 없는데 지출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 소득이 단절될 때 받는 영향이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고비용 구조 중에서도 경직성 비용의 비중이 높으면 문제가 크다"고 경고했다.
 
주택대출금리 오르고 집값하락시 견딜수 있나
둘째, 가계의 대차대조표에 충격이 왔을 때 견딜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자산 항목에는 주택이나 금융자산이 있고 부채 항목에는 대출금이 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금리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 반면에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 대차대조표 양쪽 모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본격화한 2007년 11월 우리나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7%까지 치솟았다. 당시 국민은행의 3년 고정형 대출금리는 연 7.3%였으며 신한은행 장기주택담보대출 3년 고정형금리는 연 7.8% 수준이었다 1년 전 2006년말 6.5%에서 1% 넘게 오른 것이다. 반면, 당시 집값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김경록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나의 소득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봐야 한다”며 “혹은 이 둘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대출 만기 시에 재대출을 해주지 않고 일시 상환을 요구할 경우 감당할 수 있는지 향후 가계부채의 불안정성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발사고 대비 보장성 보험 준비해야
셋째, 가계 구성원의 질병이나 사고로 의외의 돈이 지출될 경우다. 돈을 버는 사람이 아플 경우 소득도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만일 감당하기 어렵다면 보험으로 대비해 놓아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남편이 실직한다면, 혹은 건강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에 답이나 대책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우발적 상황에 대비해 보장성 보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맞벌이 부부는 각자 독립적으로 수입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지양해야하는 태도다. 리치빌 재무컨설팅 관계자는 "정작 남편은 6%대 신용대출을 받고 있고 부인은 3% 예금을 붓고 있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맞벌이 부부는 홀벌이보다 소득이 높지만 씀씀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보고 소득과 지출의 기준을 삼아 안정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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