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최근 장밋빛 전망을 보이는 환율, 국제수지 등 각종 지표의 회복세에도 한국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용대란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대폭 상향 조정했고, 산업활동 동향 등 국내 대부분의 실물지표도 빠르게 개선되며 이젠 출구전략의 시기만 남았다며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최우선 변수인 물가와 고용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더욱 더 악화되고 있어 국내경기는 '불안정속의 회복세'라는 어중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희망근로 빼면 전월보다 2배 이상 감소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1년 전과 비교해 7만6000명이 감소해 전체 실업자는 92만8000명에 달했다.
통계청은 지난 6월 7개월만에 증가세를 보이며 회복했던 취업자수가 한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각종 지표 회복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상의 취업자수 감소폭이 실제로 통계상 드러난 수치일 뿐 실제는 취업자수 감소폭이 더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 6월부터 실시된 정부의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임시 대책에 따른 지난달 공공부문의 취업자수는 31만9000명으로 전달(26만8000명)에 비해 5만10000명이 늘었다.
때문에 지난달 전체 취업자에서 공공부문 임시근로자 31만9000명과 취업자 감소분 7만6000명을 모두 뺀 실제 일자리 감소는 40만개에 이른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영향이 나타나기 전인 5월의 22만명 감소의 두 배에 달한다.
◇ 노인은 일하고, 젊은이는 놀고..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늦어져 경제활동의 주축인 30~40대까지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의 경제활동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살펴보면 30~40대의 취업자수는 각각 전년동월대비 202%, 42%가 줄었지만 50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는 각각 193%, 87%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한창 일할 나이의 30~40대는 취업현장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 50세이상의 노년층이 희망근로라는 이름으로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취업현장에서 떠난 30대, 40대는 아예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돼 이처럼 노인은 일하고, 젊은이들은 취업을 포기하는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이 같은 취업 불균형으로 인한 '고용대란'이 멀지않았다는 전망이 우리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국내 고용시장은 제조·건설업 등의 산업의 취업자수는 급격히 감소한 반면 올해 연말 종료되는 공공부문 서비스의 임시근로는 크게 줄어나며 고용실적의 급락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다.
◇ 고용대란 눈앞..'백수'가 태반인 추운 겨울
국제경기 회복이 늦어지며 수출중심의 제조업 환경은 크게 악화돼 지난달 17만명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떠났고, 장마와 폭염 등 계절적 요인탓에 12만7000명의 건설업 임시근로자도 고용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또 최근 각종 규제완화 움직임속에 대기업자본이 시장으로 속속 침투해 그 범위를 넓혀가면서 자영업자들이 폐업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공공인턴제와 희망근로제는 올 연말 종료되거나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될 예정이어서 그나마 고용시장을 버텨오던 '숫자'도 대폭 깎일 전망이다.
이처럼 더 이상 통계상의 수치로도 고용안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는 '고용대란'이 불어닥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거리에 백수가 넘쳐나는 추운 겨울이 머지 않은 것이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유연화 정책은 실패했다. 초단기 처방으로는 고용악화를 막을 수 없다"면서 "일시적 경기상황에 대한 문제가 아닌 이상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한 고용개혁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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