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경기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이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각종 산업활동지표 등이 개선되고 있지만 실물경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가계의 경기회복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 장바구니 물가는 급등
주부 김희순(35,서울 서빙고동)씨는 "요즘 물가가 많이 안정됐다고 해도 여전히 비싸 장보기가 겁난다" 며 "2~3만원 가지고 장보러 나와도 몇가지 살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올라 2000년 5월 이후 9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반대다.
생선류.과일류 등을 중심으로 짜여진 신선식품지수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8%나 급등했다. 특히 상추나 고추 등 야채류의 가격은 전달보다 82%나 올랐다.
고등어, 갈치 등을 포함한 신선어개류는 1년 전에 비해 12.3% 상승했고 삼겹살도 지난 4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다.
◇ 가계 대출도 계속 증가
가계의 은행대출 비율도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6월 가계대출은 3조9740억원으로 올해 4월에 1조13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두 달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늘었는데 지난달 2조4300억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이 한달 사이에 44.7% 증가한 3조5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금융부채 비율도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융부채를 가처분 소득, 즉 세금이나 저축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1.4배에 달했다. 이는 가처분 소득에 비해 금융부채가 1.4배 높은 것을 뜻해 그만큼 가계가 져야하는 부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금융 직격탄을 맞은 미국(1.32배)보다도 높은 수치며, 일본(1.11배) 보다도 높다.
◇ 올해 2분기 30대 실업률 최대치
실업률이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것도 가계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30~40대 가장의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30대 실업률은 3.9%로 2001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40대 실업률도 2.6%를 기록했다. 40대의 실업률이 2005년 1분기 이후 1% 후반대와 2% 초반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에 비해 크게 올라간 수치다.
정부가 실시한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여러 고용지원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올해에서 내년 초로 한시적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정부지원책이 종료되면 고용이 악화, 실업률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현욱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의 고용관련 재정투입으로 실업률을 그나마 억누르고 있는 상태"라며 "가계의 체감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고용불안 때문에 서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 정부, 생필품 판매가격 정보공개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일부 가공식품과 소비재 공산품 등 생필품의 판매가격 정보를 이르면 10월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경기회복에 편승해 생필품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다 생필품 가격이 더 오르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공개될 판매가격 정보에는 지역별, 유통업체별 판매가격과 함께 원가 정보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생필품 가격을 인상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개 품목은 서민생활에 필수품인 빵, 우유, 세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재정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생필품의 가격정보가 공개되면 일반 시민들이 업체별로 가격을 쉽게 알 수 있어 개별 업소들이 임의로 가격을 올리지 못해 물가 안정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경 기자 onew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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