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국내 휘발유 값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휘발유 평균값이 리터당 1900원대를 넘어섰던 지난해 여름의 ‘휘발유값 악몽’이 1년만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5월31일 리터당 1900.78원을 기록했고, 그로부터 한달반 뒤인 지난 7월16일에는 무려 1950.02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서울의 휘발유 평균값은 지난해 7월13일 무려 2027.79원까지 치솟기까지 했다.
14일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13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리터당 1670.71원으로 지난해 10월23일 1673.01원을 기록한 이후 약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달 들어 13일만에 리터당 40원이 오른 것으로 어느때보다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유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3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지난 1월 초 리터당 1299원에 비해 9개월만에 무려 30%가 올랐다.
특히 상대적으로 지대 및 임대료가 높은 서울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3일 현재 서울의 휘발유 평균값은 1756.18원으로 10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휘발유 리터당 가격이 1900원이 넘는 곳이 서울에서만 15곳이 넘어 2000원대를 돌파하는 주유소가 곧 속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유가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르는 것에 대해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여름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14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는 경기 활황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모자라는 전형적인 수급불안에 요인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는데도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달러화 약세로 지난해보다 훨씬 더 많은 투기세력이 원유선물시장으로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원유종인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해 말 36.45달러에서 13일(싱가포르 현지시간) 현재 72.24달러로 두 배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올해 말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투기자본이 올 하반기부터 원유선물시장에 집중적으로 몰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유공급까지 불안해질 것으로 보여, 국제유가는 더욱 오르고 이에 연동되는 국내유가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 하반기 경기가 바닥을 치고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OPEC이 감산정책을 하반기까지 지속하고 비오펙 국가마저 공급을 줄여 석유수급시장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국내 유가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