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정치인 살리고, 서민만 잡는 대출규제

지방 총선 후 시행,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제외

입력 : 2015-12-15 오후 3:29:2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경고등이 켜진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결국 정부가 나섰다. 그런데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희생을 기존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들만 치르게 됐다. 정치인과 건설사는 가계부채 증가의 책임에서 한발 벗어나며 시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상환능력과 비거치식·원금분할상환을 내년부터 강화키로 했다.
 
당초 1월1일부로 시행하기로 했지만 수도권은 2월1일, 지방은 5월2일 시행으로 시간차를 두고 적용키로 했다. 수도권은 DTI 규제로 소득증빙에 대한 이해가 높은 반면, 비수도권은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미 지난 7월 가계부채관리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한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5월은 20대 총선이 끝난 후 한달 뒤다.
 
지방은 금융규제를 적용받은 경험이 없어 시행시 주택시장 침체가 크게 우려된다. 보유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몰려있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의 입김으로 연기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주택공급자인 건설·시행사 역시 부채 증가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금융위는 분양 중도금 대출인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은 선분양이라는 독특한 제도로 인해 보증기관 또는 시행·시공사 보증을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구조로, 이같은 신용보강을 고려하지 않고 차주 상환여력 만으로 대출한도나 대출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유다.
 
투자성 자금 유입 비중이 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계부채관리 방안이 아니고 건설분양활성화대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아닌가"라며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양시장을 누르고 재고주택시장을 보호하는게 맞는것 아닌가"라고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표시했다.
 
대출 강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 위험은 기존 주택 시장에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돈줄인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로 매매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추가 주택 구입자의 민간 전세공급과 세입자의 매매전환에 제동이 걸릴 경우, 내년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특히, 피데스개발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재건축·재개발 멸실주택은 6만1970가구에 달하는 반면 입주는 3만1471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 박근혜 정부 최악의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허명 부천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와 주택시장 충격 완화를 위한 절충선을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만 재고주택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박탈감까지 배려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건설사가 배려된 가계부채관리방안 발표에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 재고주택시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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