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체육계 통합을 준비하는 통합준비위원회가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연맹 통합을 예고한 가운데 기존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과 루지연맹의 반발이 예상된다.
두 단체를 사실상 통합해서 운영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이들 단체는 올림픽 성적과 인원 감축을 이유로 우려하고 있다.
문체부는 통합준비위원회가 지난 16일 "봅슬레이·스켈레톤과 루지는 통합하는 것으로 결정하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이번 결정에 따른 올림픽 대회 준비에 차질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문체부는 정회원단체 57종목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가 하나의 단체로 묶였다. 썰매 안에 탑승하는 봅슬레이,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 누워 타는 루지 모두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안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통합준비위원회의 안양옥 위원장은 "통합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의 등급 분류는 종목의 보급도와 경쟁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며 "여러 위원의 많은 토론을 거친 끝에 얻은 결론이므로 이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내건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과 루지 연맹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미 국제연맹에도 두 단체가 따로 있는데 굳이 합칠 이유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향후 인력과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으며 기존의 유치 후원사 문제까지 풀어나가야 할 것들도 생길 전망이다.
하지만 문체부와 통합준비위원회의 근거는 확실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두 종목의 차이는 사실 (썰매를) 어느 방향으로 타느냐의 차이다. 굳이 분리돼 운영될 필요가 없다"며 "지금 선수들도 연습을 같이 받는 게 맞다. 같이 훈련하러 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연맹에 두 종목이 따로 있다는 걸 알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 노르웨이, 호주, 독일은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통합이 될 경우 파이가 커져서 오히려 관리하기 편하다. 특히 트랙에 대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종목에서 트랙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특성이다. 썰매 강국인 독일도 통합돼 운영되는데 굳이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예산 하나하나까지도 지적받는 상황에서 따로 운영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이어 "같이 훈련하러 나가고 효율적으로만 운영한다면 예산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들 종목은 같은 트랙을 다른 자가용으로 탄다고 보면 된다"고 비유했다.
근시안적 시각을 벗어나 체육계 통합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체육 단체들이 평창동계올림픽 하나만 봐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지원과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며 "메달 몇 개와 인기만 생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체육계 단체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건 효율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목표로 하는 것인데 이러한 시대정신이나 변화까지 따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통합체육회 회원종목단체 등급 분류 중 정회원단체 57종목. 사진/문체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