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투자처 브라질, 역발상 투자 나서볼까

국가부도만 아니면 고수익 가능…투자한다면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에

입력 : 2015-12-17 오후 2:30:21
#. 여의도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6)씨는 올해 들어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진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려고 한다. 브라질 채권 가격은 반토막난 상태고 헤알화가치도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더 이상 하락할 데가 없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헤알화와 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에 시달리는 브라질 국채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산적한 악재에 브라질 채권가격은 2년새 반토막났지만 더 떨어질 수 없다는 판단에 현 시점을 역발상 투자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국채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떨어진 것은 맞지만 최저점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매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증권사 주력상품 '브라질국채값'..2년새 반토막 
사진/ 로이터통신
브라질 정부 10년물 채권금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16.150%를 기록했다. 브라질 국채를 가장 많이 팔았던 2013년 당시 9.1%에 비해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채권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가격은 그만큼 헐값이 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올해 들어 40%가량 폭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상황이다. 브라질 국채는 몇 년 전만해도 증권업계에서 해외 비과세와 토빈세 폐지 등을 내세우며 적극 판매했던 상품이다. 브라질 국채 판매가 한창이었던 2013년에 투자했다면 현재 원금의 절반도 못 건질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 국채가격 급락과 헤알화 가치 하락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부정회계 등으로 빚어진 정치 불신과 갈등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은 수차례 강등됐다. 피치는 16일(현지시간)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낮췄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것이다. BB+는 투자 부적격 등급인 셈이다. 그 뿐만 아니라 피치는 브라질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여지도 남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지난 9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바 있다. 여기에 무디스까지 브라질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평가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브라질 자산에 대한 대대적인 헐값 매각 사태가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가 부도만 아니면..고수익 투자처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저가메리트 때문이다. 브라질 국채 판매가 한창이었던 2013년에 돈을 넣었다면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브라질국채의 가격은 그만큼 싸졌다는 얘기가 된다. 또 시장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증권사의 뒷북판매도 역발상투자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직장인 박씨는 "증권업계는 투자상품이 과열일때 덩달아 열정적으로 팔고 매수 기회일때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반대로 움직여도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투자결심 이유를 밝혔다. 또 최악이기는 하나 브라질이 국가부도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한 점도 위험을 감수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매입해 놓고 기다리면 높은 금리로 이자를 받는 것은 물론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발상도 좋지만 투자는 내년으로
이들의 역발상투자는 시장에서도 통할까. 판매한 뒤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지켜본 증권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동안 브라질국채를 판매했던 증권사들은 브라질국채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부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유의사항과 투자판단에 대한 책임 등을 알린 뒤 원할 경우에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국채가격이 과하게 하락한 것은 맞다면서도 투자 시기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크레딧연구원은 “얼마전 브라질에 방문했는데 혼란의 근본 원인은 정치에 있었다”며 “국채값 하락과 헤알화 급락을 이끈 변수 중 대외 수지나 인플레부담 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단, 정치불확실성 때문에 당분간 투자판단은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 크레딧 연구원도 “브라질 혼란의 핵심은 호세프 대통령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인데 탄핵이 통과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며”대외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연속되면서 재정과 경제역시 악화되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변화가 본격적인 재정개혁으로 연결되는 내년 후반까지는 브라질 채권투자는 기다리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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