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제표보다 기술력에 기반해 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이 기업과 은행의 호응을 얻는 분위기다. 기술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사례가 늘었고, 이에 대한 중소기업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신용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은행 자체평가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기술금융에 따르는 은행권 리스크를 확인하려면 3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해 7월 기술금융이 도입된 이후 올 11월까지,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취급액이 5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취급액은 지난 6월부터 전달까지 약 3조~4조원씩 꾸준히 늘었다. 기술금융이 중소기업 여신 관행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과 은행이 기술금융에 긍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20일까지 금융위가 중소기업과 은행 지점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금융 정착 및 확대' 추진성과 점검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400명은 기술금융 전반에 대한 만족도로 5점 만점에 3.92점을 줬다. 지난해 12월의 3.74점에서 올라간 수치다.
CEO들은 상환조건, 기술력 반영, 금리, 금액 등 다양한면에서 만족감을 표현했다.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기술금융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호평도 있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에서 4번째)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함께 기술금융지원을 받고 있는 지하철
업체를 방문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 지점장 3305명은 5점 만점에 3.5점을, 전문가 집단은 2.8점을 각각 부여했다. 지점장들은 기술금융을 도입한 덕분에 대출금리가 인하되고 은행의 건전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기술금융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술금융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은행들은 기술평가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체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은행 자체 평가를 자유롭게 하려면 '기술신용대출 정착 로드맵'에 따라 총 4단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예비실시 단계인 레벨 1을 지나 정식실시 단계인 레벨2, 3에 도달하려면 기술평가 전담 인력 요건 10명, 15명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현재 10명의 전담 인력을 확보한 시중 은행은 한군 데도 없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전담 인력은 5명 안팎에 그친다.
기술이란 연성정보에 근거한 대출이 은행권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A 은행 지점장은 "기술굼융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력 평가로 신용리크스가 증가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3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투자 중심의 기술금융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기술평가 절차가 간소화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권 전문가는 "기술금융에 대한 향후 전망은 긍정적인 시각이 많으나 정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