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이후 유가가 급락하고 신흥국이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등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좀처럼 방향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단기적 변동성에 집착하지 않고 긴 안목을 갖고 다가올 미래의 핵심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미래를 정의하는 트렌드와 이에 따른 경제와 산업변화를 파악하는 게 오히려 재테크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전체가구 중 절반 '1인가구'..미래트렌드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핵심 변화는 무엇일까. 저성장과 저금리. 고령화와 함께 주요 전문가들은 1인가구 증가를 핵심 트렌드로 꼽고 있다.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놀랄만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2019년이 되면 혼자 사는 가구가 부부와 자녀가 사는 가구를 넘어서게 된다는 사실이다.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대한민국 1인가구는 500만가구에 이른다. 총 가구가 1871만 가구이기 때문에 전체가구 중 약 27%가 혼자 살고 있다. 전체 인구 5062만과 비교해서는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더 주목할 점은 1인가구 증가율이다. 2020년에는 1인가구가 588만가구로 2015년과 비교하여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가구수 증가율 6.3%, 인구증가율 1.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1인가구 증가세는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며선진국을 비롯, 중국, 아시아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1인가구 변화가 한국보다 먼저 일어난 일본의 경우는 2010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에서 31.2%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10년간 미국 1인 가구 비중은 27%, 영국은 29%, 독일은 40%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또한 1 인 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가정당 평균 인구수가 5.3명에서 3.02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돈은 많지만 결혼은 하지 않은 가구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통계청은 중국 1인 가구 수가 2020년에는 3100만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지출많고 소비패턴 다른 1인..파워컨슈머
일부는 1인가구 증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그들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변화는 엄청나다. 이는 한국보다 1인 가구 증가를 먼저 경험한 일본과 독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1인 가구가 다 가구 보다 소비지출이 많다. 품목별로 보면 2인이상 가구와 1인 가구가 전체 지출에서 음식료가 차지하는 지출 비율은 각각 23.9%와 23.8%로 유사하다.그러나, 세부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다른 점이 많다. 다 가구의 경우 1인 가구와 비교하여 생선과 고기 소비 비중이 높다
반면, 1인 가구는 조리 음식과 외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1인가구가 상대적으로 집에서 조리하는 것 보다 외식과 이미 조리된 냉동 식품 소비가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주거 지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주거에서 1인 가구는 다 가구와 비교하여 임대료 비중이 높다. 또한, 상대적으로 의료비, 문화/레저 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독일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1479 유로로 2인 가구 1인당 소비금액보다 12% 높았다. 품목별로 비교하면 의류, 신발, 여가, 오락 문화 품목에서 2인 이상 가구의 1인당 소비액 보다 많다. 소비 품목으로는 주택, 가전, 가구, 생활용품 시장에서 소형 제품을 선호했고 가공식품과 즉석조리식품 애완동물시장이 확대되어왔다. 중국도 빠른 1인 가구 증가는 소형가전과 즉석식품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소매 추산 수치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소형 가전제품 시장 판매액은 1144억 위안으로 2012년대비 13% 증가했으며 즉석식품시장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1인가구 늘수록 소규모주택 '인기'
1인가구는 부동산 시장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인가구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교육비 지출이 크게 감소한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녀교육은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매우 중요한데 자녀기 없는 1인 가구는 다 가구에 비해 서 규모가 작은 주거공간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며 "기존 강남이나 학군좋다는 지역의 주택가격은 오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1 인 가구 증가에 따른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은 이미 주택 가격 변화에 영항을 주고 있다. 국민은행의 2014년 아파트 규모별 매매가격 지수 통계를 보면 85 ㎡ 이하의 가격 상승률은 2.9%에 달했으나,85 ㎡ 초과의 대형 아파트는 1.2%에 그쳤다.
주택 임대 시장 활성화도 1인 가구증가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31.4%로 2인가구 이상의 평균 60%이상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즉, 1인 가구는 다 가구와 비교하여 주택 구입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1인 가구가 증가하면 주택 임대시장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서 집을 꾸미는 수요가 증가한다”며 “또한, 주택 임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노후 주택 리모델링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