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연구원에 매년 방학이면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학생들이 인턴경험을 쌓기 위해 온다. 그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필자는 졸업하면 어디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지, 희망하는 곳에 취업은 가능한지 등을 물어본다. 대체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금융기관등에 취업하기를 희망하지만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같다는 대답을 한다. 그러면 중소기업에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시 묻는다. 중소기업이 숫자도 많고 천차만별인데 어떤 중소기업에 가면 좋겠는지. 여기서 대부분 말문이 막힌다. 별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수백만개나 되는 중소기업 중 어떤 중소기업을 가는 것이 자신의 꿈과 생애설계에 부합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들어갈 수도 없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스펙만을 한 개라도 더 만들어보겠다고 죽어라고 노력하다가 이력서를 내면 모두 떨어지고 그런 뒤에야 할 수 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내는 것이라면 내 꿈과 생애설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이왕 가는 거 그곳에서 거창한 꿈과 생애설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겁고 보람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면 가고 싶은 중소기업에 대해 스펙쌓는 노력 이상으로 미리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먼저 내가 가고 싶은 중소기업이 어떤 곳인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급여와 복지가 좋은 기업, 성장이 빠른 기업, 고용이 안정된 기업, 사람을 키우는 기업, CEO의 비전이 명확한 기업 등.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업은 없고 결국은 자신의 가치관에 가장 부합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가고싶은 중소기업의 기준이 정립되면 다음은 그런 기준에 부합되는 중소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다. 따라서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기준에 부합되는 기업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 5~10개 정도 발굴해서 채용공고를 체크하고 회사의 미래비전은 무엇인지, 그 비전은 나의 미래비전과는 어떻게 관련되는지, 급여나 업무환경은 어떤지 등을 공개된 자료가 없으면 이메일로든 방문을 통해서든 살펴봐야 한다. 물론 학교나 교수님의 도움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가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고 자신의 꿈을 절반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연애할 때와 같은 구애노력이나 적어도 스펙 쌓는 노력을 할 때의 관심과 열정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 더 꿈을 크게 갖는다면 중소기업을 그저 할 수 없어 취업하는 곳이 아니라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창업의 훈련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급격한 기술변화로 일자리 변동도 갈수록 빨라져 고용이 보장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고용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평균수명 백세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언제든 창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그런 훈련의 장으로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급여가 조금 마음에 안들어도 보람과 열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중소기업을 다른 대안이 없어 취업하는 루저 마인드가 아니라 취업을 넘어 창업의 꿈을 키우면서 자신의 일자리도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도 일자리를 주겠다는 꿈과 기업가정신을 가진 청년일꾼들이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길 기대해본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