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더 싼 미 휘발유, 경제 영향 놓고 의견 '분분'

미 휘발유, 갤런당 2달러 밑으로 추락

입력 : 2015-12-21 오후 2:56:30
연이은 국제유가의 추락으로 미국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커피나 콜라, 생수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유가 하락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휘발유 가격,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달러 밑으로 내려가
 
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미국 휘발유 가격 비교 사이트인 가스버디닷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구입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1.99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갤런당 평균 휘발유 가격이 2달러를 밑돈 것은 2009년 3월 이후 6년9개월만이다. 또한 이는 리터로 환산하면 1리터당 52센트 수준으로 왠만한 음료 가격보다도 싸다. 
 
또 다른 시장 조사 업체 런드버그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미국의 휘발유 가격 평균치는 갤런당 2.06달러를 기록하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에 따른 것이다. 지난 한주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주간 기준으로 각각 2.5%, 2.8% 내렸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는 32%, 37%씩 내렸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휘발유 가격 역시 낮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2월 회의에서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은 가운데, 공급 우위 현상은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는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전문가들을 인용해서 내년 말에는 반등이 나올 수도 있으나, 아직 유가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까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년 초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려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되면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4일 미국 하원은 자국산 원유수출 금지 조치를 40년 만에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미국산 원유까지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톰 클로자 오일프라이스인포메이션서비스 수석 원유 전략가는 “적어도 1월 내내 휘발유 가격은 2달러 밑에서 머물 것이라고 본다”면서 “심각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향후 10년간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에서 거래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소비에 도움된다 vs 경제에 도움 안돼 
 
이와 같은 낮은 휘발유 가격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인해 올해 미국의 차량 운전자는 인당 550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 전체로는 약 1000억달러를 아끼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가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제유가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들은 평가하고 있다.
 
페트릭 디한 가스버디 선임 전략가는 "건강한 미국 경제와 낮은 유가가 겹쳐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주장에 큰 의구심을 제기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불안한 금융 시장 등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며 오히려 미국인들은 소비가 아닌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개인저축률은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10월  휘발유를 제외한 소비 지출은 3.8% 상승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보다 매우 낮았었다. 
 
또한 개인이 아끼게 되는 비용이 미국 전반적인 소비 심리를 개선시킬 정도는 아니라고WSJ는 설명한다.
 
짐 베이어드 플란테모란파이낸셜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책임자(CIO)는 “낮은 휘발유 가격으로 인해 운전하는 미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많지만 소비 전반적으로 증가 효과가 나타나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저유가로 인해서 에너지 뿐 아니라 함께 영향을 받는 원자재 및 제조업 관련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달러 강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은 가운데, 유가 하나로 경제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국제유가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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