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판매 확대를 위해 자동차 금융사업 강화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판매에서 할부금융과 리스 등 금융 부문의 현지전략화가 중요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고객 맞춤형 자동차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담 금융사를 두고 마케팅 및 수익성 제고를 노리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2일 GE캐피탈이 매각하는 현대캐피탈 지분을
현대차(005380)가 3.2%(317만8738주),
기아차(000270)가 20.1%(1996만795주)를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960억원, 6071억원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현대캐피탈의 최대주주인 현대차의 지분율은 59.67%, 기아차는 현대캐피탈 지분을 처음으로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현대캐피탈 지분은 총 79.77%가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전경. 사진/ 뉴시스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 지분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캐피탈사와 자동차 판매와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는 고객이 일시불로 결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할부금융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기아차 구매 고객의 70% 이상이 현대캐피탈을 통해 할부와 리스, 오토론 등의 금융서비스를 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자사의 해외 판매망과 현대캐피탈의 금융서비스를 연계해 성장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도 판매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현대캐피탈의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도 일조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소비자를 목표로 상담 조직 개선, 현지 인력 채용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2013년 미국 JD파워의 소비자금융 만족도 조사에서 기아차금융이 1위, 현대차금융이 3위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의 미국 시장 대출자산은 2008년 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원을 돌파했다.
때문에 현대캐피탈이 향후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계열사로서 적극적인 독자 경영에 나선다면 판촉 활동에서 현대·기아차와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이미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에 별도의 전담 금융사를 설립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독일 브랜드 3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은 각각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BMW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폭스바겐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통해 할부금융 및 리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츠와 폭스바겐의 금융사는 모두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각각 235억원, 2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향상됐다. 다만 BMW는 무이자 할부 등 프로모션 강화로 수익성이 나빠져 3분기까지 순이익이 전년 대비 334억원 줄어든 140억원을 기록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가 차량 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할부금리도 국산차보다 높아 수입차 계열 금융사들의 이익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중에서는 한국지엠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계열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자동차 전문 금융사 한국법인인 알씨아이(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지난 2003년 3월 설립해 운영 중이다. 국내 브랜드명은 '르노캐피탈'이다. 알씨아이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수입 브랜드인 닛산과 인피니티의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쌍용차는 KB캐피탈과 51%대 49%의 비율로 '에스와이(SY)오토캐피탈'을 지난 10일 설립했다. 다음달 4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에스와이오토캐피탈을 통해 고객 맞춤형 자동차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져 차량 구매 단계부터 할부와 유지관리, 폐차에 이르는 고객의 자동차 생활 전반에 걸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 금융사가 있으면 다양한 할부 상품과 고객 맞춤형 판촉 활동, 체계적 고객 관리가 가능해져 완성차 업체로서는 더욱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며 "고객 만족도까지 향상된다면 완성차 업체로서는 판매량을 더욱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6년 1월 4일부터 KB캐피탈과 합작한 '에스와이오토캐피탈'의 영업에 들어간다. 사진/ 쌍용차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