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년부터 보육대란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3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과 교육 재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매년 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의 책임있는 답변을 듣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공문으로 대통령 면담 신청을 간곡히 요청했으며 이 자리를 빌어 면담을 공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장휘국 광주교육감(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우리 교육감들은 일관되게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의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며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관련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할 보육대란의 책임을 교육청에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 교육감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의무경비로 지정하고 편성을 요구했지만 17개 시·도교육청 중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100% 편성한 곳은 한 곳도 없다"며 "오히려 시·도교육청별로 교육복지가 후퇴하고, 주요 교육사업은 반토막 나고, 교육환경개선사업은 쪼개기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에 서울·광주·세종·경기·강원·전북·전남 교육청은 내년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특히 서울·광주·전남교육청은 서울시의회의 형평성의 이유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마저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이 지역들이 보육대란의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경남·제주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만 편성했고 부산·대구·대전 등 8곳은 6~9개월분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전국의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2조1274억원이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누리과정의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반영한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예비비를 제외하면 1조800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각 시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장 교육감은 대통령 면담도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통령 면담 요청이 우리의 마지막 호소이며 더이상 기댈 수 없다면 방법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16일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엄중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부가 법적대응을 한다면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각오가 돼 있다"며 "누리과정 부담이 시·도교육청의 책임과 의무인지도 법률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보육대란이 오고 있다. 이는 교육대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1조8000억원이 지원된다면 긴급하게 추경까지 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장관,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회의를 지난 21일 열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여당 측의 참석 거부로 무산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교육감)가 23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으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왼쪽부터)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이청연 인천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사진/윤다혜 기자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