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김정은 체제 4년, 북한 엘리트 물갈이 가속화

올해 최고지도자 수행 54%가 새 얼굴…박영식·오수용·조용원 급부상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2015년 김정은 현지지도 보도 분석

입력 : 2015-12-27 오전 10:45:34
올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수행한 인물로 <노동신문>을 통해 집계되는 사람들은 모두 100명(12월24일 기준)이다. 그 가운데 54%는 과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주석단(공식 행사 때 만들어지는 중앙무대의 좌석)에 오르는 인물들이 김정일의 현지지도에도 수행했던 반면, 김정은 시대에는 주석단 인물과 현지지도 수행 인물이 일치하지 않는 특징도 나타났다.
 
즉, 김정은 제1비서는 주석단으로 상징되는 원로들 대부분을 교체하지 않고 자리를 유지시키지만, 현지지도에는 젊고 새로운 엘리트들과 함께 다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제1비서의 측근 엘리트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다.
 
김 제1비서가 권력을 행사한 지난 4년간의 추이를 보면, 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군부의 ‘빅3’ 가운데 인민군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 직책에 오른 이들의 재임 기간은 짧은 편이었다. 김격식 전 총참모장이나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처럼 갑자기 등장했다가 어느새 사라지는 이들도 있었다.
 
이와 달리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 언급의 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인물과 점차 감소하는 인물들이 물론 있다. 그 가운데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세 사람을 꼽을 수 있다.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과 오수용 당 비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다. 물론 박영식 부장은 군부 ‘빅3’ 중 자주 교체된 직책에 있는 만큼 앞선 사례들처럼 오랜 기간 자리에 있지 못할 수도 있다.
 
오수용 비서는 김정일 시기에 함경북도 책임비서를 지냈던 인물로, 김정은 시기인 2014년 주석단에 10여 차례 호명되었으며, 올해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눈에 띄었다. 9월부터 모두 18차례 김 제1비서를 수행하거나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오 비서는 올해 가장 두드러진 수행자인 조용원 당 부부장이 김 제1비서를 수행할 때 여러 번 함께 수행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14년 말 단 한차례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현지지도에 수행하면서 등장한 조용원 부부장은 올해에는 무려 41회나 김 제1비서를 수행했다. 이밖에도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김정일 시대부터 지금까지 수행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반면 올해 자취를 아예 감추거나 등장 빈도가 급감한 엘리트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현영철이다. 올 4월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고 사라진지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총살 처형설이 나왔을 정도이니 처벌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광상도 ‘지는 인물’로 평가된다. 김정일 시기였던 2010년 당 제1부부장이었던 한광상은 2013년 9월 김 제1비서가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할 때 수행하면서 처음으로 당 부장(재정경리부)으로 호명되었다. 특히 2014년 김 제1비서가 두 차례 갈마식료공장을 현지지도할 때에는 한 부장 혼자서 수행했을 정도로 각별한 위치를 차지한 듯 보였다. 그러나 올 3월3일 군부대 식수 행사 참가 이후 8개월 넘도록 자취를 감췄다가 11월23일 수산사업소 현지지도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하지만 그때도 당 부부장인 조용원보다 뒤에 한광상이 호명되는 것으로 보아 일종의 견책을 받은 것 아닌가 짐작된다.
 
마원춘은 2012년 처음 등장했고 2013~2014년에 상당한 수행 빈도를 보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2014년 11월1일 평양국제비행장 현지지도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11개월 만인 올 10월8일 라선 수해지구 현지지도에서 초췌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이라는 직함이 확인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수행 빈도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기존 파워 엘리트들의 변동도 눈에 띤다. 최룡해 당 비서가 10월 이후 자취를 감춘 것이 무엇보다 크게 주목됐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김기남·최태복 비서, 강석주 부총리의 수행 빈도 감소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마디로 김정은 시대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수행 빈도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구시대 인물들의 빈도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제1비서 혈육들의 위상은 올해에도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활동은 2014년보다 올해 더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회 수행에서 올해 21회로 증가했다. 다만 1월 한달 동안 7회를 수행해 시기적으로 집중되어 있고, 이후에는 월 평균 1~2회의 수행 빈도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최근 ‘정치위원 륙군 소장’ 김정철의 등장(12월24일)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김 제1비서의 조모 김정숙의 생일이자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던 기념일 행사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둘째형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권력엘리트들의 부침을 종합해 볼 때,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과거의 엘리트들을 여전히 대우하고 있지만 실무자급에서는 상당수의 변동과 교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군부의 파워 엘리트들을 자주 교체하면서 정권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군 두 부대 사이의 쌍방기동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날 훈련장에서는 올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올해 떠오른 인물 중 하나인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등이 김 제1비서를 맞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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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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