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과 확연히 다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입력 : 2015-12-27 오후 12:32:3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19세 이하 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뚫고 6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내부자들'의 확장판이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됐다. 본편 자체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 강렬한 메시지 등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었던 만큼 이번 확장판 시사회에는 수많은 영화관계자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3시간 40분 분량인 이 감독판은 이미 개봉 전 제작사 및 배급사, 주요 배우들 등이 시사한 가운데 호평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소문이 돈 작품이다. 개봉 무렵 이병헌과 백윤식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공개되지 않은 장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베일을 벗은 '내부자들'의 확장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킨 오프닝과 본편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결말, 영화와 패션을 사랑한 안상구(이병헌 분), 좀 더 경박해지고 싸늘해진 이강희의 성격, 뒤에서 세상을 조종하는 언론의 힘 등 본편에서는 보지 못한 내용이 다수 섞여있었다.
 
50분 늘어난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봤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이병헌 스틸컷. 사진/쇼박스
 
◇이병헌의 모노드라마가 담긴 오프닝
 
본편의 오프닝은 안상구의 기자회견부터 시작한다. 미래자동차와 장필우(이경영 분) 사이에 비자금과 관련한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이다.
 
이와는 달리 확장판에서는 안상구의 얼굴부터 시작한다. 기자회견 직전, 한 언론사 기자와 1:1 인터뷰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이병헌은 기자로부터 "무슨 이유로 장필우를 폭로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안상구는 질문과는 무관해 보이는 듯이 말을 이어가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3분이 넘는 이 시퀀스는 이병헌의 얼굴로 출발해 그의 얼굴로 끝난다. 마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이병헌은 "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 오프닝 시퀀스를 읽고 하늘에 빌었다. '제발 이 재미가 끝까지 이어가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만큼 인상적인 오프닝이었다"면서 "비록 본편에서는 못 보여드렸지만, 이렇게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었다.
 
영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백윤식 스틸컷. 사진/쇼박스
 
◇경박함과 싸늘함 더해진 이강희
 
확장판의 최대 수혜자는 이강희(백윤식 분)였다는 게 영화를 본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2시간 10분여의 본편에서 이강희는 조국일보의 논설주간이면서, 장필우를 대통령으로 만드려는 설계자의 역할을 한다. 인생 내공 999단 같은 이미지에 강단이 있으며 어딘가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는데, 확장판에서는 여기에다 경박함이 추가됐다.
 
확장판에서만 보여진 일부 장면에서 이강희는 경박스러운 하이톤으로 일본어와 욕설을 구사한다. 환갑이 넘는 논설주간 답지 않은 이 경박함은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절대악인인 이강희에게 인간적인 면을 불어넣는다. 현실감이 살아나니 그의 싸늘한 면모가 더욱 배가된다.
 
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시 '의도했다'와 '의도케 했다'를 두고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을 하는 이강희도 발견된다. 이강희 내공의 근원지가 철저한 고민, 한 단어도 허투로 넘어가지 않는 기자의 프로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병헌. 사진/쇼박스
 
◇패션테러리스트였던 안상구의 과거
 
이강희보다도 더 많은 신이 늘어난 대목이 안상구 부분이다. 확장판에서는 일개 깡패였던 안상구가 이강희를 만나 어떻게 성장하는지 꽤 자세히 묘사된다. 그 과정에서 파마머리, 올백머리, 심한 곱슬머리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나오며,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골프웨어와 페도라 등을 착용한 '패션테러리스트' 안상구가 나온다. 이 덕에 안상구라는 인물은 더욱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인간적인 면모도 더불어 부각된다.
 
그리고 안상구가 왜 이강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이강희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토록 분노하는지가 설명된다. 본편에서 다소 매끄럽지 않았던 감정선은 감독판에서 촘촘하게 연결된다.
 
백윤식. 사진/쇼박스
 
◇세상을 조종하는 언론의 추악한 민낯
 
백윤식과 이병헌은 일부 장면이 편집됐지만, 배우 김의성은 본편에서 통편집이 됐다. 엔딩크레딧에서는 그의 이름이 버젓이 올라가지만, 단 한 장면도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장판에서는 조국일보 편집국장으로 분해 이강희의 캐릭터를 살리는데 일조하고, 언론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번 확장판에서는 보수 일간지 조국일보의 간부회의 장면이 추가된다. 추가 장면은 편집국장과 이강희, 일부 간부들이 모여 어떻게 의제를 설정하고 사건을 보도하는지를 설명한다. 이강희와 편집국장의 밀실회의는 언론의 추악한 민낯을 상징한다. 수십년 간 언론인으로 살아온 이들이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쓰며 대중을 우습게 보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수 차례 등장하는 밀실회의에서 김의성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이병헌. 사진/쇼박스
 
◇'진짜'를 말하고 싶었던 싸늘한 엔딩
 
본편의 엔딩은 이강희, 장필우를 추락시킨 안상구와 우장훈이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엉뚱한 대사를 나누며 유쾌하게 사라지는 모습으로 매듭을 짓는다.
 
하지만 확장판에서 엔딩의 주인공은 한쪽 팔이 짤린 이강희(백윤식 분)다. 비록 우장훈과 안상구에게 한 방 먹었지만, 여전히 그의 신념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본편의 결말이 낭만과 희망을 담았다면, 확장판의 엔딩은 절망적이고 어두운 현실을 전달한다.
 
이강희를 연기한 배우 백윤식은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본편에서 완전히 날아갔다. 난 분명히 확장판의 엔딩이 더 예술적이고 작품적으로도 완성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본편이 그렇게 나와서 서운했었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백윤식이 왜 아쉬워하다못해 서운함을 비췄는지는 확장판 결말에 나와있다.
 
결말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는 덕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은 마치 새로운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본편의 경우 권력자들이 힘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싸운 오락성이 짙은 영화였다면, 확장판은 오락성을 넘어 한국 사회의 현주소 혹은 권력자들의 변하지 않는 신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다. 본편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영화관을 나섰다면, 확장판을 보고서는 먹먹한 기분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를 보고 경각심을 갖길 원했지만, 회의감까지 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상업성을 위해 자식과 같은 장면을 잘라냈다. 확장판을 두고 어떤 얘기가 나올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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