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노동개혁 5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26일 오후 내내 상임위원회별 릴레이 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한인권법 정도만 일부 진전을 이뤘을 뿐, 나머지 법안에 대해선 시각차를 재확인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오후 3시부터 밤늦게까지 쟁점 법안 소관 상임위와 협상을 벌였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를 시작으로 외교통일위원회(북한인권법), 정보위원회(테러방지법), 산업통상자원위원회(기업활력제고촉진특별법), 환경노동위원회(노동 5법) 여야 간사들이 잇따라 한자리에 앉았다.
여야는 시작부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가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며 국민 안전을 위한 법안들"이라며 "지금 '경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에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협상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결과물을 내기 위한 협상을 해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오명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요구한 이른바 '경제 활성화' 법안 30개 가운데 27개가 19대 국회에서 이미 통과됐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들 법안이) 통과된 지 오래됐는데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경제 활성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입법을 안 해서 일자리가 늘지 않고, 경제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회만 탓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가장 먼저 논의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보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새정치연합은 보건의료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거부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윤호중 의원은 "서비스산업에는 많은 분야가 있으니 보건의료를 제외하고 처리하자고 했지만,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야당이 수정안을 제시해주면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기재위에 더해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가 함께하는 4자 협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북한인권법은 쟁점이 남은 채 여야 지도부로 공이 넘어갔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최종 타결을 지도부에 맡겼다. 다른 법안 결과를 함께 놓고 양당 지도부가 최종 타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도 "90% 이상 합의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그동안 북한 인권 기록을 어느 부처에서 수집·보존할지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이날 회동에선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통일부가 수집을, 새누리당이 주장한 법무부가 보존을 맡는 방식으로 이견을 좁혔다. 다만 인권자문위원회 구성과 전단살포 규제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테러방지법은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는 연내 처리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방지를) 주도하는 것은 불신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안전처에 테러 방지 역할을 맡기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야당 주장대로라면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테러방치법'이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을 둘러싼 진통도 여전했다. 양당은 대기업에 원샷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각을 세웠다. 새정치연합은 대기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철강·조선·석유화학 분야를 예외로 두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새누리당은 전체 기업에 적용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산자위 여당 간사 대신 협상에 나선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위가 무너지는데 아래만 조정해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여당이) 철강·조선·석유화학 때문에 대기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해놓고 말을 바꾸며 억지를 부린다"고 했다.
노동 5법은 '일괄 처리'와 '분리 처리'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앞서 당론으로 발의한 기간제법 등 5개 법 개정안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새정치연합도 기간제법·파견법과 나머지 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하자며 물러서지 않았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시각이 180도 달랐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여야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쟁점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릴레이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