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일 ‘위안부 합의’ 선언에 반색

미 고위당국자들, ‘한·미·일 3각 안보협력’ 한목소리 강조

입력 : 2015-12-29 오후 1:05:23
한·일의 위안부 문제 타결 선언에 대해 피해자들과 일반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밀어붙이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으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치유를 강조하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스스럼없이 내세웠다. 미국은 그간 한·일 양국 정부에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압박해 왔다.
 
미국의 외교사령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이번 합의를 환영하면서 “우리는 경제와 안보협력을 비롯해 지역과 글로벌 이슈에 있어 두 나라가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참모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성명에서 "우리는 상호 이익과 공통의 가치를 기초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진전을 비롯해 폭넓은 지역적·지구적 과제들을 다뤄나가는 데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고위당국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만큼이나 중대한 합의"로 규정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TPP는 경제적으로 중국을 포위한다는 목표를 가진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이 이번 위안부 합의를 ‘안보의 TPP’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북한은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전면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합의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질문에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을 지속적으로 긴장시키는 원천이었다"며 "충실한 동맹이자 경제동반자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은 역내 전체는 물론이고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답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을 뜻한다.
 
영미권 언론들도 미국의 안보적 이익을 언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위안부 합의는 일본과 미국의 승리’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지속적이고 때로는 직설적인 압력의 결과이기도 하다”며 “한국과 일본이 과거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표면적으로 합의를 봤지만 한국의 후임 지도자들이 ‘골대를 옮기며’ 무시해왔다는 불만을 미국도 점차 일본과 공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었기 때문에 한·일 관계 악화는 우려스러웠다”며 “양국의 이번 합의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에서 “미국이 이 지역 안보 위협에 대처할 만큼 군비를 지출하지 못하게 될 경우 우방국들이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더 친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번 합의가 이를 더 원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 발언에도 직접 드러나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28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일본)로서는 안보협력을 중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안보협력 강화도 중요성을 공유한다"며 "북핵문제에 대한 것을 비롯한 긴밀한 협력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일본 기자들에게 “일본이 잃은 건 10억 엔(일본 정부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내기로 한 금액)”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의 여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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