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들, 외교부 차관 만나 강력 항의

“왜 미리 협의하러 안 왔냐” 분통 터뜨려

입력 : 2015-12-29 오후 5:44:53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설명하러 온 외교부 차관에게 항의했다. 피해자들은 특히 정부가 일본과 합의하기 전에 자신들과 일언반구 협의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따졌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를 찾아온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들어서자마자 “일본과 이런 협상을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먼저 피해자를 만나야지. 모른다고 무시하는 거냐” 등 호통을 쳤다.
 
옆에 앉은 김복동 할머니도 "협상하기 전에 우리 의사를 들어봐야 하는데 정부가 한마디도 없었다"며 "아베 총리가 기자 앞에서 '법적으로 잘못했다'고 정식 사죄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시민들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세운 것"이라며 "우리나라나 일본 정부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며, 후세가 자라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있었구나' 하고 보고 배울 역사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임 차관은 "여러 가지로 할머니가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어떻게든 결말을 지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사전 협의 문제에 대해 임 차관은 "제 마음으로야 당연히 협의를 하고 싶었지만 교섭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고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또 다른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피해 할머니 6명을 만났다. 조 차관은 사전 협의 문제에 대해 “합의 전 뵙고 의논했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전날 일본이 갑자기 움직이고 연휴가 사흘이나 돼서 따로 뵙고 의논 못하고 회담 후 찾아뵙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9일 오후 일본과의 협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 ‘정대협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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