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세계경제 대불황 시대, 영국을 배우자

끝이 보이지 않는 대불황,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불황 탈출해 성장세 가속되는 영국, 그 배경엔 보수당의 개혁추진
복지정비로 재정건전성 확보, 민간자본 SOC확충, 자금공급 확대로 소비·투자 촉진

입력 : 2016-01-04 오후 1:29:30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언제 이 지긋지긋한 ‘대불황’의 끝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골디락스와 같은 새로운 세계 경제 성장의 틀이 나타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러한 고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새로운 ‘금융거품’(financial bubble)이나 현재로서는 그런 금융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IMF와 OECD 등 국제경제기구들이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강조하는 이유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계 경제의 긴 겨울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모든 국가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이제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력을 이용하여 수요촉진을 주도하고 있으며, 영국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복지 개혁으로, 중국은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계기로 기축통화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경제의 이 긴 겨울에 대응해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계 경제의 ‘대불황 시대’에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는 세계 경제 성장의 새로운 ‘틀’이 없으므로 각국은 각자 나름으로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완화든 통화전쟁이든 각 국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름의 탈출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둘째 세계경제가 장기불황국면에 있다고 해서 모든 나라들이 다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성공을 거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특히 영국의 GDP 규모는 2007년을 정점으로 2010년 1.5%, 2011년 2.0%, 2012년 1.2%로 침체를 계속했지만, 2013년에 들어 2.2%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여 6년 만에 2007년 수준을 회복했고 2014년에는 2.9%로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영국 경제가 이와 같은 놀라운 회복세를 보인 배경에는 보수당의 경제개혁 정책을 들 수 있다.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은 경제 회복을 위한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영국이 직면한 최대과제로 재정적자 문제를 제기하고 복지지출을 재정비해 국가 재정건전성 제고, 둘째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민간자본을 활용한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 셋째 은행 건전성을 회복해 가계와 기업에 지속가능한 자금공급 확대를 신뢰하고 소비와 투자의 촉진 등이다.
 
보수당 캐머런 총리(Cameron)는 경제회복세를 배경으로 하여 2015년 5월 총선에서 “저세금-저복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복지지출을 대폭 삭감해 5년 후인 2020년까지 정부 재정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6.5파운드에서 2020년까지 9파운드로 인상하는 대신 복지혜택 한도를 낮추는 한편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금을 내년부터 대출제로 전환하는 등으로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배당금에 대한 면세선을 5천 파운드로 인상하는 대신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해 배당소득이 낮은 가구에 대한 세 부담을 인하하고, 배당소득이 높은 가구의 세 부담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법인세의 경우 현재 20%에서 2020년까지 18%로 낮추고, 상속세 부과기준은 상향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물론 이러한 캐머런 총리의 개혁안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캐머런 총리가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며, 노조 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공공노조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또한 현재 최저임금 선에 있는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줄어든 정비 지원과 늘어난 세 부담으로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보수당 정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정부 정책의 방향이 분명하다는 것. 둘째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과 적극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 셋째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고 경제활성화 차원을 넘어 ‘영국 개조’라는 더 큰 개혁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대불황시대에 높은 수출의존도와 고령화의 진행에 직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도생’(圖生)을 하고 있는가?
 
국가미래연구원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사진/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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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