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권호영 씨(45)는 새집 마련에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해 은행문을 두드렸다. 권 씨는 주택담보대출 명목으로 1억원만 빌리면 꿈에 그리던 서울에 40평형대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은행원의 설명을 듣고 난 이후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씨는 당연히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금리가 당장 오를 것도 아니라서 조금이라도 낮은 변동금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은행 상담 직원에게 어느 쪽이 더 낫냐고 질문해도, 고객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며 딱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결국 권씨는 좀 더 금리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고 대출을 일단 연기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권 씨처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준 금리가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따라 연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A은행 영업점 직원은 "이전까지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분위기였는데, 미 금리 인상 영향으로 우리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 나오고 있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고객이 이전보다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지만 당장 금리가 오르는 것이 아니어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대출 금리가 오름세로 바뀐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정금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는 하락세를 마치고 지난 9월 이후 연말까지 1.66%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자료/은행연합회·뉴스토마토
이에 따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도 최소 3%대에 육박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11월30일 기준 5년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2.87~4.18%에서 12월31일 2.96~4.27%로 0.09%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변동금리는 경제 상황에 따라 등락을 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리 변동과 무관하게 수치가 고정돼 있는 고정금리와 대조된다.
가령 최근 추세대로 계속 금리가 올라 변동금리가 연 3%대에서 4%대로 올라서면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매월 16만원 가량의 이자 부담이 추가된다. 일년 기준으로는 200만원 정도의 이자 비용이 더 발생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이전의 관행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66%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3년이나 5년 이하의 단기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가 더 이득일 수 있어, 덮어놓고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결과로 한국은행이 곧바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해 말 "금리 인상이 한국 금리 인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이 미국과 반대로 금리를 오히려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미 연준의 움직임에 동조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 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더 유리할 수 있지만, 대출 금액과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 기준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2년 정도의 소액 대출은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 은행 영업점 대출부문 관계자는 "거칠게 말하자면 3년 이하는 이자가 더 싼 변동금리, 5년 이상의 장기는 고정금리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