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부동산 최일선에서 일하는 개업공인중개업자들이 바라보는 부동산시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에 공급과잉, 금융규제,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집값 하락을 점치는 개업공인중개사가 크게 늘었다.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2월 부동산 전망지수는 90.2로 조사됐다. 전월 99.7보다 9.5p 하락했다. 지난 10월 114.7 이후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비수기임에도 101.4로 상승이 기대됐으나, 올해는 하락을 점치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이 많았다.
KB부동산 전망지수는 0~200 범위 이내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음을 나타낸다. 전국 개업공인중개사 3만367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14년 8월 이후 100을 상회하던 전망지수는 15개월 만인 지난 11월 99.7로 떨어진데 이어 12월 추가 하락했다. 조사 대상인 전국 16개 시·도(제주 제외) 가운데 100을 넘은 곳은 각각 104.9과 103.0을 기록한 강원과 전남 뿐이다.
◇KB부동산전망지수(전국 평균) 추이. 자료/KB국민은행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 11.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던 대구의 전망지수는 61.2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12월 조사치인 105.7보다 44.5p나 빠졌다. 최근 3년간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아파트값 상승 부담이 기대치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간 대구 아파트값은 33.5% 상승, 전국 평균치인 8.0%보다 4배나 높게 올랐다.
대구 주택시장 냉기는 거래량과 매매가로 확인된다. 지난 11월 대구에서는 총 3750건이 거래, 전년 같은 기간 5489건보다 31.7% 줄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율이다. 특히, 지난주 대구 북구는 0.17% 하락, 전국 시·군·구 중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구의 영향이 미치는 경북 역시 전망지수가 70.6으로 상승보다는 하락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경북 경산은 범대구권으로 지난 3년간 36.4% 상승, 전국 시·군·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상승 부담이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경기는 92.1로, 전년 같은 기간 104.7과 비교해 12.6p 내려앉았다. 지난 11월 경기에서는 전국 미분양 증가분인 1만7503가구 중 절반이 넘는 9299가구가 집중 발생했다. 서울은 92.0을 기록, 상승보다는 하락에 무게가 실렸다. 여름 비수기인 7월에도 122.7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이 활기를 보였지만 올해 예고된 악재에 100 밑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2월, 5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상환능력 심사가 강화된다. 지방은 입주량이 크게 늘며 공급부족에 따른 상승 압력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가 지난해보다 77.4% 증가한 2만6459가구 입주하며, 충남은 73.1% 늘어난 2만1506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광주는 82.0% 증가한 1만473가구가 입주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올해 주택시장은 금융규제, 금리인상 압박, 실수요의 소진, 과잉공급 우려 등 매매시장을 누르는 요소들이 손에 꼽힌다"면서 "전세난이 집값 하방경직성을 높이고 있지만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호재들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규제 등 예고된 악재에 올 부동산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개업중개업자가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