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이어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판매된 은행권의 1년짜리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한 것이 CD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상향조정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CD금리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CD금리는 전날과 동일한 2.51%로 마감했다.
CD금리는 지난 4월15일부터 이번달 12일까지 2.41~2.42% 수준에 머물러있었지만, 13일 2.45%로 오르는 등 1주일 만에 0.06%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20일에는 2.51%까지 올라가며 지난 2월25일 이후 거의 반년 만에 2.5%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CD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일단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판매한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돈맥경화'에 시달렸던 은행들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잇달아 파격적인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연 7%대의 예금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다보니 은행채나 CD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고, 결국 기존의 예금을 묶어두거나 시중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고육지책'을 사용한 셈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시에는 자금조달 시장이 워낙 경색돼있었고, CD로 조달된 자금은 유동성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은행들에 대한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나빠질 수 있었다"며 "여러모로 CD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굳이 고객들의 예금을 붙잡지 않더라도 CD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상대적으로 시장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자금 조달시장의 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고금리를 요구하는 고객의 자금을 포기하더라도, CD를 활용해 돈을 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선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에, 금리가 2% 중반 수준인 CD를 활용하는 것이 조달금리를 낮추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기업은행 등은 20일 3400억원 가량의 CD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CD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21일 4개월물 CD를 연 2.62% 금리로 발행하기도 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금리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지만 현재 CD금리 상승세는 몇몇 대형은행들의 CD발행에 따라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기대심리 위에 은행권의 CD발행이 겹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서민들의 부담만 커지게 됐다. 이미 CD금리와 연동된 변동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21일 현재 우리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변동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0~5.82%로 지난 주말보다0.07%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지난 주 4.95~5.65%였지만 다음주에는 5.01~5.71%로 0.06%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CD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은행권의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수요자들은 당분간 이자부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금리 움직임에 따라 3개월마다 고시된다.
이날 IBK투자증권은 "앞으로 CD금리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단기자금 사정과 CD 순발행 추이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추가적인 상승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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