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상업 영화계에 데뷔했다. 중산층 아파트의 강아지 연쇄 실종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봉 감독은 10만 관객들 동원하는 데 그치면서 흥행에서는 참패했다.
◇영화 감독 봉준호. (사진=뉴시스)
봉 감독은 두 번째 상업 영화 연출작인 '살인의 추억'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로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살인의 추억’은 ‘흥행 보증 수표’ 봉준호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었다. 봉 감독은 이어 히트작 '괴물'과 '마더’를 내놓으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최종 관객수 1091만명을 기록한 '괴물'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에 이어 한국 영화 사상 네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다. 봉 감독은 '마더'로도 300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봉 감독은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고루 담은 영화를 내놓으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봉 감독의 영화가 만듦새와 완성도 측면에서 호평을 받는 동시에 폭넓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영화 연출 과정에서 치밀하게 스토리를 설계하는 봉 감독은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에 등장하는 형사 수첩으로 '농협 마크'가 찍힌 다이어리를 고집하고, 카메라에 비치는 돌의 모양이나 크기까지 신경 쓰는 등 봉 감독은 소품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봉 감독은 현재 해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국내 감독이다. 봉 감독은 지난 2013년 프랑스의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를 연출했고, 2014년 북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보스톤 비평가협회의 최고상인 작품상에 이어 피닉스, 유타, 라스베이거스의 비평가협회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국내 자본이 투입된 '설국열차'에는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에드 해리스, 앨리슨 필, 존 허트 등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설국열차'는 미국에서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각색은 영화 '우주전쟁', '아바타2' 등의 각본을 쓴 조쉬 프리드먼이 맡는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설국열차'는 국내에서는 93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봉 감독은 신작 '옥자'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벌이는 모험담을 담은 영화다. '괴물'로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봉 감독이 새로운 장르의 괴수 영화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봉 감독은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되는 ‘옥자’를 통해 해외 유명 배우들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켈리 맥도날드, 빌 나이 등이 이 작품에 출연한다. 봉 감독의 해외에서의 입지를 짐작할 수 있는 화려한 캐스팅이다. 봉 감독은 내년 상반기 중 한국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옥자'의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개봉은 2017년으로 예정돼 있다.
특히 '옥자'는 헐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02년 영화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브래드 피트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디파티드'와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등 제작자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와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 감독이 제작자와 연출자로 뭉쳐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