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에 명품 바람이 거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두둑한 지갑으로 감각적 명품만을 쫓는 '센서블 리치(The Sensible Rich)'를 정조준해 초프리미엄 이미지 다지기에 애쓰고 있다. 영국의 다이슨, 독일의 밀레가 초고가 전략으로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LG전자(066570)는 세계 최대의 가전쇼 CES 2016에서 초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공개했다. LG전자는 그간 디오스(냉장고), 트롬(세탁기) 등 제품별로 차별화된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시그니처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본질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이 반영됐다. LG전자는 올레드TV, 세탁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에 LG시그니처를 먼저 적용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확대할 방침이다.
안승권 사장이 LG시그니처 냉장고,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공기청정기, LG 시그니처 세탁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삼성전자(005930)는 이보다 한발 앞서 지난 CES 2014에서 수퍼 프리미엄 주방가전 라인업 '셰프컬렉션'을 선보였다. 냉장고·오븐·인덕션·식기세척기 등 최고급 주방가전 제품에 셰프컬렉션 브랜드를 붙여 기존 제품군과 차별화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셰프들과의 교류를 통해 삼성전자의 주방가전을 전문가급으로 끌어올리고, 셰프의 지식과 경험을 소비자와 공유해 삼성 가전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코자 했다. 최근에는 한국 셰프로 구성된 '클럽 드 셰프 코리아'도 출범했다. 이들의 노하우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냉장고, 인덕션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전기오븐으로 구성된 '셰프컬렉션 빌트인'. 사진/삼성전자
TV와 생활가전을 합한 세계 가전시장 규모는 350조원에 달한다. 초프리미엄 시장은 17조5000억원 안팎이다. 전체 시장 대비 5% 정도다. 95% 시장을 뒤로하고 5%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브랜드력이 있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경각심 때문이다.
하이얼·TCL·스카이워스 등 중국의 후발업체들은 한국이 제품을 내놓으면 다음 시즌 일종의 복제판을 만들어낸다. 기술력도 90% 이상 따라잡았다. 가전제품 관련 기술 개발이 거의 한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기술 격차로 거리를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디자인과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신규수요가 아닌 교체수요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고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삼성과 LG의 발길을 초프리미엄으로 이끄는 요소다.
업계에서는 빌트인·IoT(사물인터넷) 가전의 성장으로 프리미엄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빌트인 가전은 현재 B2B에서 B2C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매년 19억~30억개에 달하는 새로운 IoT 연결기기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빌트인·IoT 가전이 증가함에 따라 이미지 차별화를 주기 위해 초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