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공급은 기초적인 주택수요보다 37만여가구나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18년경 악성미분양(준공후미분양)으로 돌변, 4조원이 넘는 돈이 빈 집에 묶이며 국내 건설업계와 재고주택시장, 금융시장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7일 KDI의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49만가구로 중장기(2013년~2022년) 주택공급계획상의 아파트 추정 연평균 물량 27만가구를 큰 폭으로 초과했다. 또한 지난해 비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분양물량은 가구 수 증가와 주택멸실 수를 고려한 국내 경제의 기초적인 주택수요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가구 수 증가와 주택멸실 수를 고려한 국내 경제의 기초적인 주택수요는 연 32만7376가구인 반면 지난해 주택은 70만가구가 공급, 37만2624가구가 초과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2014년 평균 주택수요와 공급량은 각각 35만가구와 46만가구를 기록, 10만가구 내외의 격차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부동산 호황에 공급이 대폭 증가했다.
실제 지난 2014년 12월 4만379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지난해 10월 3만2221가구까지 줄었으나 11월 4만9724가구로 급증,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KDI는 분양물량이 준공후미분양에 3년의 시차를 두고 선행한다고 진단,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주택수요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2018년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0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11월 말 기준인 1만477가구보다 1만가구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평균 분양가격이 3.3㎡당 888만원(주택도시기금공사 11월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는 4조6600억원 이상(평균 85㎡공급 추정)의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건설업계 현금흐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할인분양, 할인매각 등으로 인한 기존 수분양자들과의 갈등을 재현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의 분양미수금이 급증하며 매출액이 급감, 2007년 2.5 수준을 유지하던 건설업 전체 이자보상배율이 최근 분양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1.5 내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통상 1.5 이상이면 상환 능력이 안정적인 것으로,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본다.
송인호 KDI 거시경제연구위원은 "지난해 아파트분양물량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주택수요 증가 추세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우호적 금융시장 여건 등에 기인한 단기적 주택수요 확대 및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과 금융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