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강자인 가전과 신흥강자인 스마트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상현실(VR)과 드론이 그려낸 판타지는 관람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이번 CES 2016에서 VR을 전시한 곳은 모두 46개로, 지난해보다 68%나 늘었다.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 등 선도기업들 외에도 3D인라이프, 앤트VR 등 중국의 중소업체들도 숨겨놓은 기술력을 뽐냈다.
오큘러스는 신제품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개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PC나 콘솔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지난해 공개된 시험판보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해상도와 성능은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기어VR과 4D 의자로 360도 입체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어 VR 4D 체험존'을 운영했다.
중국의 앤트VR은 레노버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VR 기기를 선보이고, 이를 활용하는 게임 시연장을 마련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3D인라이프는 아이폰·갤럭시S 등 다양한 스마트폰을 끼워 사용할 수 있는 VR 기기를 공개했다. 가격은 35달러로, 삼성전자 기어VR의 3분의 1 수준이다.
CES2016 관람객들이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기어 VR'과 4D 의자로 360°입체 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드론(무인항공기)도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드론 전시 면적은 2322㎡로 전년 대비 200%, 전시 업체도 지난해 16개에서 올해 27개로 대폭 늘었다. 중국 DJI·유닉·이항, 미국 호비코, 프랑스 스쿼드론시스템 등이 참가했으며, DJI는 대표작인 '팬텀3'와 함께 영화 촬영도 가능한 '인스파이어1 프로 블랙 에디션'을 선보였다. 중국 스타트업 이항은 성인 1명이 탈 수 있는 드론 '이항 184 AAV'를 공개했는데, 8개의 프로펠러를 통해 23분간 시속 96㎞ 속도로 움직인다.
중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 신작 발표도 봇물을 이뤘다. 고가의 플래그십 시장이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된 상황에서, 수요가 중저가의 보급형에 몰리고 있는 흐름을 반영했다. 보급형 시장에서의 승패가 중요해지면서 후발주자들의 경쟁도 격화됐다.
LG전자를 비롯해 화웨이, 레노버 등 중화권 업체들이 CES에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LG전자는 'K7', 'K10' 등 K시리즈를 꺼내들었다. 지난해에 비해 보급형 제품군 공개를 두 달 앞당겼다. 승부수다. K시리즈에는 그간 보급형 제품군에서 채택하지 않았던 고성능 카메라와 프리미엄 사용자경험(UX)도 과감히 도입했다.
대만의 레노버는 카메라 기능이 강화된 보급형 스마트폰 '바이브S1 라이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중국의 화웨이는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8'까지 내놓으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카메라 신제품들도 잇따라 공개됐다. 니콘은 2년 만에 최상위 플래그십 카메라 'D5'와 DX 포맷 플래그십 DSLR 카메라 'D500'을 내놨다. 캐논은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파워샷' 3종을, 올림푸스는 전문가용 고성능 초망원 단렌즈 M.ZUIKO DIGITAL ED 300mm F4.0 IS PRO와 아웃도어 카메라 'TG-870'을 공개했다.
이외에 3D 입체 프린터도 CES 전시장을 꾸미고 다가올 제3의 산업혁명을 꿈꾸게 했다.
CES2016에서 공개된 니콘의 차세대 프로페셔널 DSLR 카메라 D5. 사진/니콘
미국 라스베이거스=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서울=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