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실세' 교체…우리은행 매각 시들해지나 '뒤숭숭'

중동펀드 교섭 주도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교체
우리은행, 방향 선회해 유럽서 신규 투자자 찾기 안간힘

입력 : 2016-01-17 오전 10:49:12
최근 단행된 장·차관 인사에 때 아닌 우리은행(000030)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두고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르는 등 군불지피기에 나서다가 교체되면서 민영화 작업의 뒷심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단행된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에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후임에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내정됐다. 
 
정 전 부위원장은 '금융권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당시 박근혜 후보자의 '금융 교사' 역할을 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평균 임기가 1년 안팎인데도 불구하고 금융연구원 출신인 그는 3년을 거의 채웠다.
 
중량감 있는 그의 이동이 금융권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우리은행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정 전 부위원장이 지난해까지 중동 출장길에 나서는 등 우리은행 매각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앞서 작년 9월 정 전 부위원장은 우리은행 투자 수요 점검을 위해 UAE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현재 행정기관 및 국부펀드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몇몇 중동 국부펀드에서는 인수 희망 의사를 밝혔으며, 금융위는 매각협상을 위해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다.
 
당시 매각 방식이나 가격 등 구체적인 의향을 주고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부 고위 관리가 직접 나서면서 지지부진했던 우리은행의 매각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추락하면서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자금 회수에 나설 정도로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중동 국부펀드에 희망을 걸던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은 교착 상태에 빠진 셈이다.
 
여기에 정 전 부위원장까지 교체되면서 우리은행으로서는 기댈 언덕이 좁아진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피인수기관인 우리은행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챙겨왔다"며 부위원장 교체에 따른 영향력을 부인했지만 "해외 투자자를 설득할 때나 시장 파급력으로 볼때는 입김 센 고위급의 영향력을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경영 개입을 줄이고 중동 투자자를 접촉한 것 만으로도 후방지원을 최대한 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우리은행이 공을 넘겨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자체적으로 몸값(주가)를 최대한 올리거나 투자자를 물색해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중동에서 유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다음 달 중순 직접 유럽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열고 투자자를 물색하겠다는 것.
 
하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현재 8250원(15일 종가 기준)인데, 금융당국이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1만3000원대 이상을 요구할 경우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 전 부위원장이 후속 인사로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 군불'이 완전히 꺼졌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 내부 출신이 아닌 그가 민영화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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