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지난해 6년만에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인 아반떼를 바라보는 기아차 K3의 속내는 복잡했다. 오랜만에 신형 모델을 선보인 직후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을 탈환하며 '국민 준중형차'의 저력을 보여준 아반떼는 품질과 판매 모두 호평을 이끌어냈다.

 

형제차의 화려한 복귀를 먼 발치서 지켜봐야 했던 K3에게 '상품성 개선'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풀체인지 모델로 신차 효과를 누리며 전년 대비 7% 증가한 10만422대를 판매한 아반떼에 비해 K3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전년 대비 13% 감소한 4만291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애초에 각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갖는 입지를 감안하더라도 뼈아픈 뒷걸음질이다.

 

K3는 눈에 띄는 디자인 변경과 일상 주행 구간에 초점을 맞춘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K3'를 출시했다. 상품성 개선을 통해 확 바뀐 뉴 K3 1.6 가솔린 모델을 타고 디자인과 연비, 성능 테스트를 해봤다.

 

 

언제나 주관적인 요소가 반영되는 외관 평가지만 신형 K3는 확실히 세련미가 더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기존보다 커져 볼륨감은 한층 살아났고 헤드램프와의 일체감을 통한 조화도 기존 모델에 비해 자연스럽다.

 

전면 하단에 배치된 가로바 형식 인테이크 홀과 범퍼 양 끝 에어커튼 홀은 여전히 이 차가 스포츠 세단을 꿈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요소다. 유선형 라인을 유지하면서 선이 살아있는 다부진 느낌의 외관은 다소 딱딱했던 K3의 전신 포르테와 지나친 곡선으로 유약해 보였던 기존 K3의 중간 정도를 적절히 구현한 느낌이다.

 

 

외관에서부터 내세운 스포티한 이미지는 내부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 모델에 D컷 스티어링 휠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내부 곳곳에 적용된 크롬장식과 소폭 변경이 이뤄진 변속기 부분 디자인, 패턴 등은 기존 모델과 달라진 요소다.

 

 

시트 색상 선택 폭도 소폭 늘어나 까다로워진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특히 운전석으로 약간 기울여진 센터페시아 화면과 하단부가 다소 튀어나온 공조장치 조작 버튼 등을 통해편의성을 높인 점도 상품성 향상에 일조한다.

 

 

최근 현대·기아차 준중형 세단에 전반적으로 적용 중인 고급감 높이기 노력도 잘 반영됐다. 자동변속기 전 모델에 기본적으로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이 장착됐다. 여기에 후측방 경보 시스템, 스마트 트렁크,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등 과거 준중형 세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안전·옵션 사양들도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섰다. 날렵한 차체에 걸맞게 저속 구간에서 가볍게 치고 나가며 속도를 붙인다. 기아차는 신형 K3의 저중속 출력을 개선했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기존 모델 대비 각각 8ps, 0.6kg·m 줄어든 132ps 최대토크 16.4kg·m이지만 실제 주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간 출력 개선을 통해 일상 도로 운행에 적합하게 세팅했다.

 

이를 통해 시속 80km에서 12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6초가량 단축됐다. 물론 운전을 하며 체감할 정도의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2000cc이하 차량 특성상 폭발적인 출력과 주행성능을 갖추진 않았지만 도심 주행에 빠짐없는 주행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아반떼와의 인지도 격차가 좀 더 크지 않았다면 판매량이 조금은 더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140km 이상에서의 풍절음과 흔들림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주력 트림(트렌디) 기준 1700만원대 차량으로서의 가성비는 확실한 셈이다. 신형 K3의 국내 판매 가격은 1521만원부터 2095만원 수준이다.

 

주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전방 시야에 대한 개방감이었다. 앞 유리와 옆 유리 위에 장착되는 A필러는 불필요한 요소를 간소화 시켜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초보 운전자들이 첫 차로 선택하기 적합한 국산 준중형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연비 역시 준수한 편이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15인치 휠 기준 14.3km/l. 기존 모델에 비해 소폭 개선된 수준이다. 17인치까지 휠을 확장해도 13km/l대의 연비를 유지한다. 약 150km의 구간을 시승하는 동안 나온 실연비는 리터당 13km 후반대. '뻥연비'에 대한 우려는 없어보인다. 디젤 모델의 경우 19.1km/l까지 나온다고 하니 경제성 측면에선 합격점이다.

 

자동차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데는 복합적인 요소가 반영된다.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주관적 취향이 반영됨은 물론이고, 디자인부터 가격, 주행성능, 연비 등 각자 고려하는 요소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높다는 것은 이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적절히 어우려졌음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반떼의 상품성은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구매 시 후보군으로 저울질 될 K3에게 아반떼가 넘어야할 벽임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아반떼와 DNA를 공유하는 주행성능, 가격대 등을 갖춘 신형 K3가 충분히 시장에서 통할만한 상품성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약 1000만원 후반대 국산 준중형 세단을 원하지만 도로에서 너무 많이 접할 수 있는 아반떼 외의 차량을 타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신형 K3를 선택하는 데 망설일 이유는 없어보인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