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론직설) 4·13 총선과 인재 영입 경쟁

입력 : 2016-01-17 오후 2:11:50
총선을 90여일 앞두고 각 정당간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쇄 탈당으로 곤경에 처한 더불어민주당이 인재 영입의 선수를 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덕분에 정당 지지도도 올랐고, 문재인 대표가 차기 대선 지지도 1위에 올랐다. 국민의당에 뒤지고 있던 호남 지지율도 반전시켰다. 현재까지 11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는데, 사퇴한 1명 외에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전문성과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창당 작업에 발걸음이 바쁜 국민의당도 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사전 검증에 실패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정당은 공통의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되는데,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초창기의 기세가 잠시 꺾이는 형국이다. 야당에 등 떠밀린 새누리당도 어쩔 수 없이 한 차례 인재 영입에 나섰다. 영입 인사의 수준이 낮아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오히려 당내 분란의 소지만 제공했다. 법조인 많은 여당에 변호사만 잔뜩 영입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정당은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선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자체에서 인재를 양성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조직은 무능한 조직이다. 자체 재생산 능력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세계 일류기업, 선진정당은 자체에서 인재를 키워낸다. 미국과 유럽의 정당들은 자체 충원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정당 학생위원회에 참여해 토론과 학습을 통해 훈련을 받는다.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책 능력을 함양한다. 하지만 우리 정당은 그런 의지도 능력도 없다.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어쩔 수 없다. 외부에서 수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누가 인재이고, 인재의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스펙보다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스펙이란 출신 학교, 직업, 유명도를 말한다. 이들은 멋진 외형을 갖추고 있다. 똑똑하고 성공한 엘리트들이다. 하지만 인간미가 없고 무미건조하다. 스토리는 그렇지 않다. 살아온 이력 속에 감동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정량적 점수는 낮지만 정성적인 내실은 가득 차 있다. 최근에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김정우 교수가 그런 인물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사회의 차별을 넘어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의 피땀 어린 스토리가 감동을 자아낸다. 일관된 삶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고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갖게 만든다.
 
둘째, 분명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 정치는 사회의 질서를 정하는 일이요, 가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다. 정치는 사리사욕을 탐하는 직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이다.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때로는 국민의 생사여탈을 결정하기도 한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했다. 정치인은 대의에 대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 대의란 국가와 국민을 말한다.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다. 정치가 인기 연예인 직업과 다른 이유는 이런 철학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해야 한다. 옛부터 인재의 기준은 능력과 도덕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두 가지 모두 갖춘 인재를 겸재(兼材), 부족한 인재를 편재(偏材)라고 한다. 삶의 이력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를 정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번 많은 인재들이 영입되지만 정작 능력 발휘에 성공한 인물은 극소수다. 인물 영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도덕성은 사회 신뢰의 기본이다.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탈락이다. 겉과 속이 맑은 사람이라야 능력을 사용할 데가 있다.
 
인재 발굴은 쉽지 않다. 진주는 진흙 깊숙이 묻혀있다. 손에 흙도 묻히고 땀도 흘려야 한다. 하지만 멋진 진주를 발견한 기쁨은 고생에 비할 바 아니다. 싫든 좋은 기왕에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선 만큼 국민의 눈높이 기준에 맞는 인재들을 영입하길 기대해본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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