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17일 자신의 이른바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해 “도덕적·역사적 기준을 떠나 대한민국을 세운 공적에 유의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국부에 준하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기획조정회의에서 “이승만 묘역 참배와 4·19 국립묘지 참배는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를 균형 있게 보려고 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 전 대통령의 과오와 책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남북분단의 척박한 정치풍토에서 동족상잔의 처참한 6·25 전쟁을 거치면서 절대적 빈곤과 공산주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선거 민주주의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킨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가치관을 이땅에 도입했고, 학교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민주주의 가치관을 전파시키고 심화시켰다”며 “그 가치가 성장해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선거에 항거한 이들을 추모하는 4·19 묘지를 참배하는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을 국부로 지칭했다. 이에 야권에선 “5·18 묘지에서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나왔고, 안철수 신당의 이념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그에 따라 이날 한 위원장 발언이 주목됐지만, 그는 “4·19 유가족과 관계자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해를 끼친 점에서 진정으로, 제발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저의 진의를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길 간청한다”고 밝혔다. 사과나 유감 등 표현이 나오지 않았고, 국부 발언을 취소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일단 독재자나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대한민국 건국 공적’, ‘공과 평가는 열린 쟁점’이라는 주장도 고수했다.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면서 '이승만 재평가’를 주장하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이승만 국부론’에 대한 야권 내 반발을 고려해 조만간 백범 김구 선생 묘소도 참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기조회의를 마치고 2차 인선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