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험지출마론’, 본인이 안 나서면 소멸될 듯

총선 바람몰이 위해 필요하지만 안대희·오세훈 험지 거부로 동력 잃어
신년 기자회견서 즉답 피해…현재는 '지역구 안 떠난다' 입장

입력 : 2016-01-18 오후 4:39:47
새누리당 내에서 ‘험지 출마론’을 주도해온 김무성 대표의 스텝이 점점 꼬이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김 대표의 추천 지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동력을 상실했고, 상향식 공천과 험지 출마는 상반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총선 바람몰이를 위해 유명인의 수도권 험지 출마가 필요한 새누리당에서 '말발'이 먹히지 않는 김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험지에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추천 지역을 선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지역 선정은 본인들에게 맡겼다. 권유했을 뿐 강요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초 부산 해운대 출마를 준비했던 안 전 대법관은 김 대표의 요청에 따라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정했지만 당초 김 대표가 추천한 지역구가 아닌 마포갑을 선택했다. 오 전 시장은 처음부터 김 대표의 요청을 거절하고 ‘종로도 험지’라며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험지출마론이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김 대표의 뜻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험지에 출마하면서도 당내 경선까지 치러야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김 대표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전략공천도 없고 혜택도 없는 마당에 누가 험지에 와서 경선까지 하려고 하겠느냐”며 "처음부터 전략공천은 없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뜻에 동조하고 험지에 나올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 대표의 권유를 온전히 수용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지역을 선택했고, 원래 그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박진 전 의원(종로)과 강승규 전 의원(마포갑) 등 당내 인사의 반발을 불러왔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이같은 과정을 겪으며 험지 출마를 더 거론해야 할지 말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험지 출마 전략적 배치가 더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김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과 험지 출마가 서로 상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다 해도 험지 출마는 결국 후보를 찍어 보낸다는 점에서 100% 상향식 공천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관한 질문에 "험지 출마를 두 분에게 권유했다가 한 분만 수용했는데, 그것 가지고 상향식 공천 뜻이 훼손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당내에서 험지 출마론은 이제 힘을 받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현재 자신의 지역구에서 심판 받겠다며 험지 출마를 일축한 상태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험지 출마론을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대표가 험지 출마론을 거론한 이유는 명망 있는 인물의 수도권 출마를 통해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야당의 분열이 총선 때까지 수습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전통적으로 수도권은 여당에게는 약세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수도권은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지면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주장대로 새누리당이 180석을 확보하려면 수도권 승리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가 대권 도전을 위해 이번 총선은 꼭 승리해야 되기 때문에 험지 출마론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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