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국제유가가 급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유지부동이다. 주유소들은 높은 유류세 부담에 저유가의 호재를 못 누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원성마저 사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둘째주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391.9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가격 1510.4원 대비 118.5원 떨어졌다지만, 유가가 급락했던 지난해 연말 이후로 따지면 매주 10원 수준의 하락에 그친다. 이에 반해 국내 휘발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연평균 50.69달러에서 올해 평균 28.53달러로 반토막 났다.
국제유가와 국내시장의 괴리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주유소에서 만난 대다수의 이들이 휘발유값의 하락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올릴 땐 과감히, 내릴 땐 찔끔'이라는 비아냥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다.
주유소 업계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하락을 통한 원가절감 효과를 누려야 하는데 높은 고정 유류세 부담으로 수익 개선은커녕 소비자들의 원성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각 정유사마다 휘발유값 정책이 다른 점도 일선의 주유소들을 괴롭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주 휘발유 평균 소비자가격(1391.9원)의 구성을 보면 세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443.6원 수준이다. 여기에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 고정액 부과)를 비롯해 수입부과금과 관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872.9원이 붙으면 가격은 3배 이상 높아진다. 주유소의 유통비용, 마진 등은 최소폭인 75.4원에 불과하다.
이에 주유소 업계는 정부의 유류세 부과 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해 12월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에 돌입, 전국 주유소들을 대상으로 "휘발유 5만원 주유시 세금은 3만50원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도 세수 확대에만 혈안이 된 정부의 각성을 적극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2004년 이후 11년만에 최저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차량에 휘발유를 채우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